정부­재개관계 해빙 “신호탄”/박재윤 경제수석­그룹총회동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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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업사정 절대없다” 불안심리 잠재워/재계 행정규제완화·금융자율화 요청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은 27일 오후 주요 대기업그룹 총수 22명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로 초청,만찬을 겸한 모임을 갖고 신경제 5개년계획의 확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새정부 출범후 처음인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충분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유익한 자리였다』며 만족감을 표시해 이날 모임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의 불편했던 관계가 해소되고 협조 분위기가 급속히 무르익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수석은 이날 『문어발식 획장이 아닌 기업의 대형화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업을 벌주자는 식의 사정은 절대로 없을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특별한 재벌정책도 고려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또 노사문제에 대해 『우리 기업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며 경제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언급하고 『안정적인 노사관계 정립에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수석은 그러나 소유분산과 관련해서는 『소유분산이 촉진돼야 경영의 효율화가 이뤄지게 된다』고 말하고 『앞으로도 소유분산 촉진책은 정부정책으로 꾸준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그룹 총수들은 이에대해 자율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업종전문화,의식개혁 등을 추진해나가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대폭적인 행정규제완화와 금융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 수석이 기업의 사정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고 소유분산 등 일련의 산업정책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과시하는 정도의 모임을 비밀리에(결국 공개됐지만) 일요일에 개최하려 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신경제 1백일이 다 지나가고 7월부터는 본격적인 신경제 5개년계획이 시작되는 마당에 경제회복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다급해진 박 수석이 최일선 지휘관격인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사기를 올려주고 독전을 당부해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번 모임이 김영삼대통령의 직접 재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정·재계의 관계개선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시각고 있다.
김 대통령도 이미 경제라는게 원칙만으로는 잘 안되는 것이라는 점과 재계의 막연한 불안심리를 그대로 방치하고는 경제가 절대로 회복될 수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어 본격적인 「기업 달래기」에 나서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는 대우 김우중·선경 김석원·한진 조중훈·코오롱 이동찬·기아 김선홍·동아 최원석·해태 박건배·우성 최주호·고합 장치혁·금호 박성용·두산 박용곤·한일 김중원·효성 조석래·삼미 김현철·동양 현재현·극동 김용산·벽산 김인득·미원 임창욱·아남 김주진 회장 및 박용학 무공회장,김상하 대한상의회장이 참석했다.
현대의 정세영회장은 울산 노사분규의 사태수습에 바쁘다는 이유로,한라의 정인영회장은 몸이 불편해 초청받지 못했으며 삼성 이건희회장과 럭키금성 구현경회장 등은 해외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 수석은 보안상의 이유로 일일이 회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임 약속을 하는 바람에 상당수 기업에서는 비서실 측근들조차 회장이 초청됐는지 여부를 바로 전날까지 몰랐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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