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개혁 밑에서 지원”/이재오씨 사회단체 「건실협」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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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가 먼저 개혁”기치 내걸어
오는 7월2일 서울 은평구에서 「건강사회실천운동 주민협의회(건실협)」라는 사회단체가 결성된다.
건실협은 두가지 면에서 특징있는 단체다. 하나는 관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지역주민 위주로 구성돼 새 정부가 추진중인 의식개혁운동을 『밑에서 뒷받침하겠다』고 표방하고 단체라는 점,다른 하나는 모임결성을 주도한 사람이 지난 30년간 골수 재야인사로 활동했던 이재오씨(48·전 민중당 사무총장)라는 점이다.
이씨는 최근들어 김영삼정부의 개혁작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 민주당과 재야일각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자신의 입장을 비난한 민주당의 박지원대변에게 『재야인사가 야당에 입당하면 애국자고 여당에 입당하면 배신자란 말이냐. 재야는 야당의 보충대인가』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6·3세대인 그는 한일회담 반대시위부터 시작해 민통련·전민련의 조국통일위원장,서울민중연합의장 등 재야단체 간부직을 두루 거쳤다. 당연히 감옥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지난 87년 대선당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쪽이었던 이씨는 최근 문민정부에 대한 지지표명으로 정부기관 영입설이 돌았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실협을 결성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씨는 『김영삼정부의 개혁을 밑에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개혁운동은 민주화운동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개혁을 밀어주는 것은 이 시점에서 사회운동가가 해야 할 시대적 임무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개혁작업을 돕되 정부나 산하기관에서 감투를 쓰는 것보다 각자의 지역에서 「아래로부터」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지론.
건실협은 은평구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회원은 4천6백여명으로 소설가 이호철씨·송건호 한겨레 신문회장·이효재 전 이화여대교수 등 지역인사들은 고문(16명)으로 기꺼이 참여했다. 성당·신부·사찰 주지스님·목사·고교교장·산부인과원장·경양식집 주인 등도 모임에 들었다.
「내가 먼저 개혁하자」는 것이 이 모임의 슬로건이다. 이를 위해 「4추5실운동」을 벌인다는 계획. 부정·부패·부도덕·불신 등 네가지를 추방하고,「부정한 돈은 주지도 받지도 말자」 「남의 말을 좋게 하자」 「우리 것 먹고 우리 것 실천하자」 「이웃에 인사하자」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자」는 다섯가지를 실천하자는 것이 4추5실 운동. 모임의 경비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찬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대다수 국민은 개혁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구경꾼의 상태를 벗어나자 못하고 있다. 현정권에 대한 찬반을 넘어 건실협같은 단체가 다른 지역에도 많은 결정돼 「밑으로부터의 개혁운동」으로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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