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제도 현실에 맞게 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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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는 91년8월12일 군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양심 선언했던 군인이다. 먼저 지난 11일 일어난 예비군 참사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낸다. 19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사고는 단순한 훈련장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현 예비군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불 합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예비군으로 4백20만 명의 대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 1위의 준 군사조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예비군의 군사적·전략적 가치는 크지 않다. 훈련자체가 시간 떼우기 식의 형식적인 것이고 내용도 무기수령·출석점검·정신교육 등으로 태반을 보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상비군과 예비군의 비율이 1:1.6정도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 비율이 1:6. 7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비대한 준 군사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사회의 병영화와 주민통제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성인남자들을 형식적인 훈련으로 보내게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여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1년에 1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예비군 훈련을 둘러싼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가 만연해있으며 수많은 향군 법 위반자를 양산하여 예비군 제도가 국민의 생활권 침해는 물론 범죄자 양산의 온상이 되어왔다. 현 정부가 진정한 문민정부임을 자임한다면 군사정권의 유산인 예비군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첫째, 냉전시대와 군사정권의 산물이며 현대 군사전략에 배치되는 4백20만 예비군 병력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둘째, 훈련 불참자에 대한 처벌완화와 주민통제의 목적이 분명한 거주이전에 대한 신고제도완화, 훈련횟수 감소로 국민의 생활권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현재 민자당이 추진하고있는 상근 예비군제도는 기형적인 군사력 증강 책이었던 방위병 제도의 대체물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군축시대에 맞지 않는 이 제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도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참사 예비군에 대한 보상을 법정현역병에 준하는 수준이 아닌 민간인 수준에서 실시해야 하며 사고의 명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고대성<전 11사단 9연대 4대대소속「양심선언」일병】<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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