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문제/인맥통한 해결 기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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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민당과 물밑 대화창구 좁아져/신생당쪽엔 친북인사 다수 포진
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후 한국은 자민당 중심으로 한일관계를 유지해왔다. 자민당 1당 장기집권 체제하에서 자민당과 관계만 잘 유지하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사·김대중 납치사건 등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민당 인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대일인맥 무너져
과거 일본의 대한인맥을 보면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안신개)·시나 에쓰사부로(추명열삼랑)·후쿠다 다케오(복전규부)·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등 거물들이 일한의원연맹·일한친선협회·일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한일관계를 요리해왔다. 이에 맞서는 한국측 대일창구도 김종필·정일권·박태준·이재형·백두진·신현확·남덕우씨 등 굵직한 인사들이었다.
이같은 양측 거물들의 은밀한 교류를 통해 유지돼온 한일관계도 이제 한국의 발빠른 세대교체와 일본의 정계개편으로 새로운 상황을 맞게됐다.
한국의 대일 인맥은 무너진지 오래다. 잦은 정변때문이다.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를 할 때마다 한국측은 사람이 바뀐다고 일본으로부터 불평이 나올정도였다.
반면 일본은 자민당 장기집권하에서 신진대사가 늦고 장로정치를 펴는 까닭에 대한인맥이 유지돼 일본의 대한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일본은 구소련에 대한 방패막이로 한국의 존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국을 지원한다는 기본노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동서 냉전체제 붕괴로 안보상 필요했던 한국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으며,자민당 분열로 자민당중심의 한일관계도 상당한 변화를 보일 조짐이다.
어느당도 단독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해 연립정권을 수립할 것이 거의 확실해짐에 따라 한일관계도 변화를 보일 것이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연립정권에 결단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심세력 50대로
현재 한일현안은 종군위반부 진상규명과 사할린동포 문제다. 자민당 단독정권때도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들을 연립정권이 해결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한뒤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한다는 한국측 대일 외교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한일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총선의 쟁점은 개혁이다. 너도나도 개혁을 부르짖어 과거 장로들이 발붙일 곳이 거의 없다.
따라서 총선후 세대교체가 급격히 이뤄질 것이다.
자민당의 연립으로나마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중심세력은 50대가 될 것이다.
또 게혁을 외치며 각광받는 사람들중에 조일의원연맹 소속의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다,사회당이 연립정권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어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타파 신생당의 이시이 하지메(석정일)는 일조의원연맹 회장이며,다케무라 신당 사키가케(선구) 대표는 조일의원연맹 부회장이다.
○대한정책 바뀔듯
사회당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한국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최근 한일기본조약을 인정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동경도 의원선거를 의식한 것이고,가을 전당대회에서 강령으로 정식 채택돼야만 비로소 정책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내 좌파의 반발로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
한국은 이제 대일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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