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방부제·무 첨가물…천연에 가깝게"|가공식품「자연주의」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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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무 방부제, 무 첨가물, 천연상태에 가깝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전성·건강성·자연성이 이들 식품들이 주장하는 공통점. 그중 최근 가장 활발하게 시장을 넓혀 가고 있는 식품분야는 유·육 가공품과 면 류로 식품 첨가, 물의 발암성 및 유해성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축산전문종합회사인 제일농장은 지난달부터 인공색소나 합성보존 료 등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돼지고기만을 사용한 수제품 햄과 소시지를 시판하고 있다. 「그린체크」라는 상표로 시판되는 이 제품은 하루 2백 마리 분을 한정 생산하는데 일부대형백화점 무료 시식판매로 판매망을 넓혀 가고 있다.
또 그동안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던 항생제가 없는 돼지고기를「하이포크」라는 상표로 시판하고 있다. 이 돼지고기는 진공포장의 냉장유통으로 천연육질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이에 앞서 건국대 육 가공실습 장은 올해 초 방부제·인공색소·산화방지제를 넣지 않고 천연향신료·비타민C·쇠고기의 함량을 높인「3불, 3첨」의 육 가공품을 시중에 내놓았다.
이와 함께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육 가공연구 부는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삼계햄」「오메가햄 소시지」를 개발, 축협중앙 회와 산지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제조기술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그린체크의 경우 3백g포장에 3천5백∼4천원 선으로 일반제품보다 2∼3배정도 비싼 가격.
유가공시장의 자연주의 바람은 이보다 훨씬 앞서 있다. 효시는 87년부터 시판된 ㈜파스퇴르의 저온살균우유. 저온살균우유란 원유 중 세균을 사멸시키기 위해 섭씨 63도에서 30분간 처리한 우유다. 이렇게 처리된 우유는 고온처리에서 나타나는 균질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유의 상태를 비교적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무균질 우유로 명명되기도 한다.
거의 ㈜파스퇴르 혼자 독주하다시피 하던 저온살균 우유시장은 한덴 유업의 덴마크우유와
지난해부터 시장에 뛰어든 ㈜남양유업의「다우」, 매일유업의「비피더스」, 서울우유「미노스」등 거의 모든 우유회사들이 참가해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가격은 일반우유에 비해 70∼80% 비싼 수준.
1조원에 달하는 우유시장에서 저온살균우유는 3백억 원 정도 규모로 아직은 미미한 존재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차「자연성」을 선호하는 추세로 흐름에 따라 각 유업 체들마다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면 시장의 자연주의 현상은 한마디로 수분함량이 30∼40%에 이르는「생면」의 유통으로 설명된다. 건 면과 인스턴트 면의 튀김 면이 장악하고 있던 면 시장에「생면」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1년 이후.
풀무원식품이 생 칼국수, 생수제비로 생 면을 처음 선보인 후 현재 송강 식품, 송학식품 등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생 국수·생 소면·모밀국수뿐 아니라 쑥·현미·케일·도토리·감자 등을 첨가한 면 류를 내놓고 있다. 흰 국수기준 3인분에 1천 원으로 건 면에 비해 2∼4배정도 비싸다.
이와 함께 ㈜한국미연은 꼬불꼬불하고 쫄깃한 라면 발을 그대로 살리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 라면을 개발, 현재 주문판매에 이어 곧 일반소비자들에게도 시판할 예정이다. 가격은 1인분에 3백원.
이 식품들은 철저한 냉장유통과 짧은 유통기간이 특징. 면류 1주일, 햄·소시지류 15∼30일로 일반제품에 비해 짧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대량생산, 대량유통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가격이 비싸고 큰 백화점 등 냉장시설이 잘된 곳에서만 판매돼 대중성이 적은 단점이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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