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상담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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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1년 퓰리처상 후보로 선정되었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가 신문사 자체조사로 날조된 기사임이 드러나면서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문제의 기사는 지미라는 소년이 마약에 중독되어 가는 과정을 기자인 재닛 쿠크가 마치 옆에서 지켜본듯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미국사회에서의 청소년 마약복용 문제를 심각하게 파헤쳤다. 이 기사를 읽은 워싱턴 포스트의 옴부즈맨 빌 그린은 기사가 너무 생생하다는데 의심을 품고 사실을 추적한 결과 기사 자체가 날조되었음을 밝혀내고 대대적인 정정기사를 싣게 된다.
어째서 세계적 권위지에서조차 이처럼 터무니없이 날조된 기사가 실리게 되는가. 그 이유는 기사의 사실여부에 대한 검증부족과 상을 타려는 치열한 경쟁열로 분석되었다. 어느 나라 어느 신문에서 언제나 비슷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신문이라는 업종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 속성이다. 이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자는 노력이 미국의 옴부즈맨제 도입이다.
옴부즈맨이란 원래 스웨덴의 민원조사관이라는 제도였지만 60년대 미국 언론에 도입되면서 기사에 대한 불평 불만을 조사하고 오보여부를 밝혀내 정정문과 사과문을 싣는 역할과 기능을 한다.
이 제도는 언론 자체의 자기 비판과 자기 향상을 통해 책임있는 언론으로 자기방위를 하면서 언론자유를 유지한다는 이원적 목적을 지니면서 독자에게 성실한 신문으로 남기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우리네 신문도 여러형태의 옴부즈맨제를 도입해 기사심리와 독자 상담을 해오고 있다. 다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느냐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요즘 우리는 연일 평화의 댐 기사를 읽으면서 한 시대의 조작극에 편승했던 언론인 자신들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7년전,금강산댐의 수문이 열릴 경우 여의도 빌딩이 물에 잠기는 급박한 상황을 설명해주었던 바로 그 신문,그 TV가 지금 와서 비분강개하며 당시의 조작극을 떠들고 있지 않은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시대분위기 창출에 영합했고,비판보다 아첨으로 없는 일마저 있는 일로 만들었던 적은 없는지,아무런 자괴나 반성도 없이 또다른 형태의 시대적 편승을 지금 우리는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자성할 때다. 다시는 역사 앞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남는 일이 없도록 언론 스스로가 채찍질하고 감시하는 자율적 비판과 감시기능이 제도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의 「독자 상담실」 확충도 이런 의지와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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