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거시지표의 뜻(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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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신경제 5개년계획을 확정지으면서 결과에 대한 청사진이라고 볼 수 있는 총량지표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번 발표 자료는 대선공약을 지나치게 의식해 목표연도인 98년의 성장치를 먼저 잡고 모든 거시지표를 목표치 달성에 맞춘 성격이 강하다. 정치적 의지를 경제수치로 포장한 것인 셈인데,정치현상을 경제적 합리성으로 보완했다기 보다 경제논리가 정치화됐다는 점이 문제다.
전망치 자체는 지난 4월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정책협의회 형식으로 제시했던 시안이 일부 하향조정되어 발표되었다. 명분으로는 선진국의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의 지연 등을 내걸었으나 다소 억지주장이다. 그보다는 신경제 1백일계획으로도 설비투자가 움직이지 않아 수치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불과 2개월만에 전면적으로 전망치의 변화를 가져왔을 환경의 변화는 상정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이같은 판단이 의미하는 것은 정부가 작성하는 총량지표의 작성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30여년간 해왔던 5개년계획 목표치의 설정과 거의 비슷한 외부가정과 여전히 KDI 컴퓨터 모형과 분석기법 어느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나 인식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정부가 5개년 계획중에 추진하겠다는 각종 경제개혁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총량지표는 기계적으로 외부 경제제도의 변화와는 독립적으로 뽑아낸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번 자료를 만든 담당 관료나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그같은 외부상황의 변화,즉 국민세금이 늘어나고 기술개발이 지연되고 노사불안정도 지속되거나 저축률이 낮아질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모두 계량화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계량 경제학적 분석기법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면 이같은 주장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최초한 두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는 경제개혁을 주내용으로 하는 신경제 5개년계획을 실제로 제도개혁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무슨 뜻이 있고,한걸음 더 나아가 과연 신경제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이유를 불문하고 구태의연한 총량지표를 발표한 본의가 결국 개혁을 할 의사가 적거나 개혁이 참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의 참뜻은 이제까지 우리가 운영해왔던 경제 운영방식을 바꾸어보자는데 있다. 다시 말해 오래된 틀로는 더이상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그 한계를 직시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인플레성장 체질을 고쳐 고비용­저수익 생산구조를 합리화하고 경제운영이나 기업운영에 질서와 절도를 만들어야 각종 가격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시장이 운영된다. 수치의 적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목표치를 달성하는 경제운영의 질과 내용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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