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세계시장서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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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미술계가 한국미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작가의 작품에서부터 국내 미술품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 전반에 걸친 이들의 폭넓은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만도 세계적 미술관중하나인 미국 뉴욕 퀸즈 미술관이 한국출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대규모기획전을 확정하고 오는 10월부터 3개월간 전시회를 열기로 한데 이어 대규모 국제화랑 제인 LA국제미술제도 오는12월2∼5일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8회 행사 주제를 「한국 현대미술」로 잡고 준비를 진행중이다.
또 휘트니 미술관과 선재현대미술관의 교류 전으로「칼더의 축제」전이 21일부터 9월19일까지 경주 선재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국제적 경매장인 뉴욕 소더비에서도 오는 18일 제4차 한국미술품 단독경매를 실시한다.
퀸즈 미술관이 총 1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마련하는「태평양을 건너서」전은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과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세대의 작업을 나란치 보여주는 전시회. 제인 파버(퀸즈 미술관 큐레이터)씨가 총 큐레이터를 맡은 이 전시회에는 ▲최성호·데이비드 정 등 미국·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12명의 한국출신 작가 ▲안규철·손장섭 등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13명의 작가 ▲헬렌리·글로리아 박 등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비디오작업을 하는 14명의 작가가 출품할 예정이다.
LA국제미술제는 전세계 1백여 화랑이 참가하는 대규모 화랑제로 매년 주최측이 특정국가의 미술을 주제로 선택해 그 나라의 현대미술을 집중 소개하는 것이 특징. 이 미술제를 주최하고 있는 앤드리 몽고메리 캘리포니아 사는『그간 접해 본 한국현대화가들의 작품이 매우 독창적이고 우수하다고 느꼈으며 미국 내 많은 화랑관계자와 미술애호가들이 한국미술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해 주제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화랑들은 전시공간의 중심부를 차지할 수 있게 됐으며 참가비도 30%를 할인 받는다.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 작가 알렉산더 칼더의 첫 한국전이 될 「칼더의 축제」는 휘트니 미술관측이 약 1년 반 전부터 기획해 마련된 것. 이 미술관의 소장품과 칼더 재단 측의 소장품 등 72점이 출품되는데 대규모 구조물인 스테빌 3점을 비롯해 조각 27점, 판화 및 과슈 22점, 귀금속 5점, 태피스트리 2점, 유화 1점, 사진 15점 등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주게 된다.
지난 4월27일 뉴욕 크리스티의 한국미술품 단독경매에 이어 마련되는 소더비 한국미술품 경매는 최고 예상 가를 기록한 미국인의 개인소장품인 19세기『십장생도』10폭 병풍(8만∼10만 달러)을 비롯, 도자·불상·경상·서화 류 등 모두 36점의 고 미술품이 경매에 오른다.
이같은 한국미술 전반에 대한 세계미술계의 관심을 두고 국내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것이 최근 저팬 머니가 대거 빠져나간 뒤 두드러지고 있는 국제미술시장의 침체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에서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번 크리스티 경매가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낙찰됐던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조명 계 소더비 서울지사장은『세계미술시장에서 아직 영향력은 거의 없지만 한국미술시장의 잠재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하고『외국 현대미술의 국내소개전이나 한국미술의 해외소개전이 자주 이뤄진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라고 평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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