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조항 철저/세계 “태풍”예고/대만 「자산신고법」 통과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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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동산등 신탁규정 “재산동결” 의미/야 원안대로 의결… 여 정치적 패배
대만 입법원(국회)이 15일 「공직인원 재산신고법」(일명 양광법)을 우여곡절 끝에 의결함으로써 올해 9월부터 대만의 전체공직자중 총통을 포함한 2만3천5백71명의 재산신고·공개가 실시된다.
이 법은 특히 ▲재산신고 ▲공개 ▲신탁 ▲처벌 등 주요 조항이 모두 강제성을 띠고 있어 앞으로 법집행 과정에서 대만 정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2만여명 대상
이 법은 재산신고 대상 공직자들로부터 신고를 받은후 45일 이내 이를 책자로 만들어 일반의 열람이 가능토록 공개하고 총통,부총통,5원 정·부원장,국회의원 등 고위직 9백54명의 신고내용은 관보 등 정부 정기간행물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1급이상 공무원 7천명은 재산공개,4급이상 공무원 3만여명은 재산을 등록토록 한 한국의 공직자윤리법과 비교할 때 대만의 양광법이 범위·강도면에서 더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의결과정에서 여당인 국민당과 야당 민진당이 큰 의견차이를 드러냈던 강제신탁 규정은 총통,부총통,5원 정·부원장,장관,국회의원 등 6백30명과 이들의 배우자·미성년 자녀 등이 소유하고 있는 일정 금액이상의 부동산·유가증권 등 동산은 반드시 정부지정 신탁업자에게 위탁관리 및 처분토록 하고 있다.
이는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재산 증식을 못하도록 하기위한 것으로 재임기간중 적법한 재산증식 이외의 축재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재산동결 조치인 셈이다.
이때문에 여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햇빛(양광) 법안이 아니라 폭염(열일) 법안』이라며 줄곧 반대,의결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미성년자도 포함
국민당측은 『강제신탁은 사실상 무산계급 혁명에 가까운 폭거』라며 강력히 반발한 반면 야당과 국민당내 소장파 그룹인 신연선은 『강제규정에 관한 시비는 「햇빛법안」을 「황혼법」으로 만들려는 저의』라고 맞서 막판 표결과정에까지 갈등을 보였다.
결국 이 규정은 민진당·신연선측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했으나 대만내 신탁 및 신탁업법 등 관련법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법제정이 완료되는 1년후부터 실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양광법은 재산신고 범위를 부동산·선박·차량·항공기 등과 일정액 이상의 예금·외화·유가증권 등으로 규정했으며,공직자 본인 및 배우자·미성년 자녀(한국은 출가자녀를 제외한 직계 존비속) 등을 신고범위에 포함시켰다.
국민당측은 압도적 원내의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자신들이 반대한 강제신탁 등이 포함된 이 법안 표결에서 소속의원들의 이탈표를 막지 못해 민진당·신연선이 제출한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정치적 패배를 당한 꼴이 됐다.
특히 표결이 무기명 아닌 기명투표로 실시됐음에도 이탈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은 국민당 지도부의 원내 대책에 문제가 있었음이 표면상 이유로 지적되고 있으나 대만사회에 만연된 공직자 부조리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열망을 저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공무원 45% 수뢰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45%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대만의 공무원 부조리는 심각한 상황이다.
어쨌든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일부 의원들의 자진 재산공개와 더불어 이번 재산공개법의 통과로 대만사회는 공직자들의 강제 재산공개 및 「검은 돈」 시비로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홍콩=유광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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