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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통신] 총선 '강금실 방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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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사석에서 만난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강금실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처리해줬으면 이번 총선은 하나마나일 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강효리'라는 애칭으로 노무현 정권의 히트 상품이 된 康장관의 행보는 흥미로운 총선 가도의 변수다.

盧대통령은 대선 때 康변호사를 선대위 대변인에 앉히려 했다. 측근을 보냈지만 결과는 거절이었다. 대선 이후 盧당선자는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여성 각료를 영입하려 하니 5~6명의 여성 변호사를 만나 보라"고 했다. 康변호사와 함께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황덕남 변호사, 최은순 현 청와대 민원제안 비서관 등이 그때 그 사람들이다.

그런데 康변호사의 응답이 괴짜였다. "여성 할당이나 구색 맞추기로 환경.여성부 장관을 시킨다면 절대 못한다"고 했다. "盧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메고 진짜 일을 하는 거라면 응하겠다"고 했다. 盧당선자가 그녀를 법무부 장관 감으로 낙점한 즈음 법무부.검찰 내에서 음해성 루머가 나왔다. "남편의 채무 문제로 위장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인수위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나오고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 카드는 위기를 맞았다.

盧당선자가 康변호사를 직접 만났다. 그간 康변호사의 신문 칼럼을 애독하는 정도가 고작이던 때문이다. 당선자를 만난 康변호사는 "내가 하겠다. 당신의 뜻이 뭔지 안다. 그걸 하겠다"고 다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盧대통령은 이후 사석에서 "내가 해야 할일을 총대 메고 하는 몇몇 장관 중 한명" "여성적인 섬세한 리더십과 강단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했다. 권양숙 여사도 늘 "차 한잔 하고 가세요"라며 청와대에 들른 康장관의 소매를 붙들게 됐다. '범생 장관'의 고정관념을 깬 망또 패션, 스스럼 없는 언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 시대 흐름, 검찰 독립의 화두와 맞물려 인터넷상의 '강효리'를 탄생시켰다.

청와대가 후한 점수를 준 대목은 오히려 康장관의 인사관리와 내부 장악 능력이다. 정권 초 검찰 인사야 盧대통령이 했다쳐도 지난해 8월 검찰 인사는 지연.학연이 거의 배제된 康장관의 성공작으로 평가됐다.

이런 康장관이 갈림길을 맞았다. 열린우리당에선 康장관의 입당 효과를 최대 5%의 당 지지도 상승으로 추정한다. 2천여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총선에서 5%면 3천여표가 옮겨가며 도처에서 승패를 뒤바꾼다.

盧대통령도 싱숭생숭할 수밖엔 없다. 현 정권 세번째인 2월의 검찰 인사를 康장관이 마무리해 '권력기관 독립'의 연착륙을 이뤄내야 할 현실적 과제가 있다. 그 자리에 그녀가 있어야겠지만 총선의 유혹은 너무나 크다.

康장관은 최근 청와대 인사에게 "지금은 盧대통령도 좋아하니 풀베팅해서 나를 희생한다. 그러나 평생을 희생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정치보다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보듬고 있는 것이다. 대신 "다음 대선에서 역할이 주어지면 전국 유세 정도는…"이라고만 했다.

정치적 승부와 개인적 삶, 투자와 관리, 누가 어느 곳에 있어야 하는지의 본질적 문제 등. 복잡한 방정식 속에 결론이 궁금해진다.

최훈 청와대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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