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추적” 정재계 불똥튈까 긴장/배 전 회장 수사 전망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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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체임·산재로 소유주 처벌은 드문일/한양측 혐의부인 불구 구속 불가피
정권은 바뀌어도 대기업은 영원하다는 속설을 깨고 검찰이 한양그룹 소유주에게 직접 임금체불과 산업재해에 대한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정리한데 이어 부동산 매입자금 등 수상한 돈의 출처까지 조사에 나서자 정계와 재계에서는 수사가 몰고올 파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양그룹은 제14대 대통령 민자당 후보자리를 놓고 내부경쟁이 치열했던 92년 4월 민자당 연수원부지 매각 특혜의혹사건 당사자로 정국을 한차례 뒤흔든바 있어 배종열 전 회장에 대한 이례적 구속수사방침을 천명한 검찰수사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검찰은 이번 사건이 기업의 정상적 운영을 돕고 불필요한 노사마찰을 해소시키기 위한 순수한 의미의 「노동 공안적」 사건인만큼 검찰수사를 한양의 비자금 조성과 정치자금과의 상관관계에 접목시키려는 시각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검찰의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한양측은 배 전 회장이 법적으로 법인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에 불과하고 그동안 대표이사나 현장소장이 아닌 일개 이사에게 임금체불 및 산업재해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수사배경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양측은 또 배 전 회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서도 86년 9월 산업합리화업종 지정이후 산업은행이 관리단을 파견해 한양의 자금관리를 통제해왔고 건설회사의 아파트 등 건설부지 매입거래의 경우 법인과의 거래를 기피하는 부동산계 관행탓에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업계현실 등에 비추어 정상적 기업활동의 일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검찰은 ▲한양측의 임금체불액이 미청산액 2백36억여원을 포함,누계기준으로 무려 2천38억여원에 달하면서도 부동산매각 등 체임해소 노력을 게을리 했고 ▲임금체불 혐의는 뒤늦게 임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법적책임까지 면제되는것이 아니며 ▲한양측의 산업재해자가 사망자 15명을 포함해 92년 하반기 전체 산재자 5분의 1에 달하는 1백73명에 달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배 전 회장의 구속조치는 피할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즉 월급쟁이 사장을 표면에 내세워 투자가 아닌 투기를 일삼으며 무리한 공사를 감행하면서도 갖가지 물의가 일면 근로기준법 위반혐의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에 대해 부하직원을 대신 내세워 「도마뱀 꼬리자르기식」 경영을 일삼아온 비리기업주는 단죄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특히 한양그룹의 모든 중요사항은 대표이사결재 이외에 배 전 회장이 회장으로서의 결재권을 행사해온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통화로 직접 임금전액을 지불할 의무(제36조)」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을 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제23조)」를 배 전 회장에게 묻는것이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법정신에 합치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배 전 회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일뿐 혐의사실이 특정되거나 확인된 상태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4월29일 배 전 회장과 노조와의 공증인서에는 배 전 회장이 86년이후 타인의 명의로 사들인 부동산 1백70필지 28만4천여평과 계열기업 주식을 법인측에 넘겨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으며 이는 결국 『빼돌린 회사재산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구입자금과 구입경위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향후 검찰수사는 결국 배 전 회장의 변칙적인 비자금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집중될수 밖에 없고 「로비는 필수」 라는 건설업계의 현실에 비추어 수사결과가 배 전 회장의 1백66억여원 횡령혐의로 그치게될지 그 이상의 비자금 규명으로 확대될지 그 어느누구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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