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장교들 "한글 교육 명 받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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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과정 창설 및 입교식'을 마친 필리핀.나이지리아.요르단 등 9개국 장교.사관생도들이 앞으로 교육받게 될 강의실에서 교관 문한옥 대위(右)로부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9개국 11명은… 8월 8일부터 11월 21일까지… 한국어 교육과정 입교를… 명(命) 받았습니다."

7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육군정보학교 강당. 별 하나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외국 군인이 서툰 한국어로 입교 신고를 했다. 힘들게 한 자 한 자 발음을 했지만 군인 특유의 패기가 서려 있었다.

신승봉(육군 소장) 정보학교장에게 입교 선서를 한 장군은 요르단의 '킹 탈라 군사학교' 교장인 이브라힘 마즈에흐 육군 준장. 그는 8일부터 20주간 실시될 한국어 교육과정의 첫 입학생을 대표해 입교 선서를 했다.

입교한 외국군은 군사위탁 교육을 받으러 한국에 온 말레이시아.베트남.몽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요르단.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 등 9개국, 11명이다. 장군 1명, 대령 8명, 사관생도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군에서 외국 군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과정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군사 교류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 군인들은 일반 대학에 개설된 한국어 과정에 들어가 한국어를 배웠다. 하지만 민간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들이 군사용어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교육 효과가 떨어져 아예 군 부대에서 교육을 하기로 했다. 한국군의 소프트 파워가 한국어와 한류(韓流)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60~70년대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한국의 국력이 커지고 한국군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외국 군인들은 8일부터 하루 8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 한글의 자.모음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20주간의 교육이 끝나면 한글 초급 과정을 훌륭하게 뗄 것이라는 게 정보학교 측의 설명이다.

현역 대위 1명과 강사 3명으로 구성된 교수진은 방과 후에도 개별 학습을 통해 이들의 한국어 공부를 도울 계획이다. 교관인 문한옥(32.여군 42기) 대위는 "외국군 교육생들이 한국어를 숙달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교육이 끝나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과정 외국 군인들은 교육이 끝나면 국방대 안보과정과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6개월~1년 과정의 본격적인 군사 위탁교육을 받는다.

이브라힘 준장은 "군사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입교 신고를 받기만 하다 막상 신고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역장교가 아랍어로 써준 입교선서를 외웠는데 '한국어 신고'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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