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청와대 개입흔적 역력(율곡사업 무엇이 문제인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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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F­16기 선정 반대한 관계자 모두교체/장관 한번 보고만으로 기종바꿔 의혹
감사원이 7일 이종구 전 국방장관과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예금계좌에서 수억원의 수상한 자금유입사실을 확인,본격조사에 나서기로 함에따라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에 대한 온갖 의혹들이 마침내 감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사원이 과연 얼마만큼 의혹을 파헤치고 어느선까지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킬지 아직 속단할 수는 없으나 그 파문은 엄청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사업의 성격상 의혹을 캐다보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까지도 사정권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액살포 가능성
그것은 율곡사업의 무기 및 도입회사의 선정과정에서 청와대의 최종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특히 6공에서는 청와대의 개입흔적이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무기체계의 선정과 도입은 ▲해당 군부대의 소요제기 ▲합참 전략기획본부산하 전력기획부의 통합소요검토 ▲국방부 전력계획관실과 획득개발국·사업조정관실 등의 심의 등을 1차로 거친 다음 율곡계획에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심의와 검토가 있어야 최종 무기체계로 선정되며 따라서 무기중개상들의 보이지 않는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다시 국방부 전력증강위 승인을 받아야하고 최종적으로 청와대결재를 얻도록 되어있다.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하자는 ▲KFP(차세대 전투기사업) ▲KHX(차세대 헬기사업) ▲HDX(구축함 도입사업) ▲P3C(대잠 초계기) 사업 등에서도 문제점이 다수 적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나 해당군의 의견이 배제되었고 ▲육군중심의 검토가 된데다 ▲정치적으로 무기도입선이 결정된 흔적이 짙다는 것이다.
무기체계 획득심의위와 전력증강위 멤버들을 상대로 해군무기의 80% 이상을 취급하고 있는 회사는 거액의 로비자금을 살포,장관과 청와대까지 유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대 잠수함초계기 P3C도입 결정과정에서 당시 전증위위원장을 맡았던 권영해 국방장관이 최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또 차세대 헬기사업의 경우 최근 러시아로 출국한 최세창 전 국방장관과 육사 동기생이 경영하는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상당한 로비자금을 받고 공격용헬기인 아파치를 최종 도입키로 결정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감사원이 감사기간을 연장해 가면서까지 감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차세대 전투기사업(KFP) ▲대 잠수함초계기(P3C)사업 ▲차세대 헬기사업(KHX) 한국형전차(K1)사업 ▲구축함 도입사업(KDX) 등 5개 부문.
수천가지 무기도입 사업중 이들 5개 사업은 율곡사업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추진과정이 그동안 계속 의혹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율곡사업의 핵심이며 가장 규모가 큰 KFP사업의 경우 당초의 FA18 기종에서 F16기종으로 변경된 91년 3월까지 1년3개월동안 국방부와 공군의 KFP 관련자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모두 교체되는 등 율곡사업과 관련된 의혹과 문제점이 모두 나타나 정치개입 의혹이 강하게 풍기고 있다.
KFP의혹을 처음 폭로한 정용후 전 공참총장이 90년 9월,이상훈 전 국방장관이 합당후인 90년 10월 각각 경질됐으며 이종구 후임 국방장관이 취임 한달만에 KFP기종에 대한 재검토를 공식 발표했었다.
○파워게임 있었다
또 기종선정에 대한 재검토가 한창이던 91년 1월에는 KFP사업 총괄부서인 전투기사업단장이 최동환 공군소장(현 공군 참모차장)에서 정성규준장으로 교체됐다.
반면 KFP에 깊숙이 관여했던 당시 청와대 김종휘 외교안보수석 비서관 등 청와대 국방비서관팀은 최초 기종선정때부터 기정변경때까지 줄곧 개입해온 것으로 되어있다.
이때문에 당시 국내 방산업계와 무기중개상들 사이에서는 F16을 지지했던 청와대측과 FA18을 고수했던 국방부·공군간에 마찰이 생기자 청와대가 반대자들을 갈아치웠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흘러나왔었다.
89년 12월 당시 이상훈 국방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FA18로 기종결정을 발표한후 『선정과정에서 여러사람의 「파워게임」이 있었으나 사명감을 갖고 선정했다. 후일 선정결과가 문제될 경우 청문회 이상의 무서운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이 장관 퇴임후 5개월만에 기종은 F16으로 급선회했다.
F16으로의 변경과정에서 당시 노 대통령과 김 외교안보수석은 FA18과의 엄청난 가격차를 내세워 예산의 효율성(?)을 특별히 강조했었다.
그러나 FA18을 강력히 고수했던 공군의 의견이 어떻게 재검토 5개월만에 바뀔 수 있으며 FA18 결정때는 그토록 신중했던 청와대가 F16으로 변경때는 이종구장관의 단 1회 보고만으로 재가를 할수 있었는지 의혹은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다.
○전경환씨도 개입
이밖에 한주석 전 공군 참모총장의 동서인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K씨는 김 전 주석과 고교동창으로 공군무기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 잠수함 도입계약이 처음 체결된 87년당시 전경환씨가 깊숙이 개입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되고 있다.
올 한해만도 2조9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율곡사업에 대한 종합감사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밝혀질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국방부 수뇌부이상 청와대까지 사정범위가 확대돼야 비로서 그 전모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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