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얽힌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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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출판사 고려원 측이 대본소용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있던 『공포의·외인구단』을 서점용으로 재 출간한 것은 86년의 일이었다. 만화 대본소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장소로 한창 물의를 빚던 시절이었다. 서점용 만화를 출판하는 일은 전례가 별로 없어 출판사 측으로선 모험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작가 이현세씨는 당시 간염으로 법원에 입원해있었는데 인세 10% 지불조건으로 출판사 측이『공포의 외인구단』재 출간을 제의하자 쾌히 승낙했다. 이씨는 일본의 경우에 비춰 서점용 성인만화출판이 나름대로 승산이 없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입원중인 처지인데도 출판사가 요구하는 대로 표지그림이며 내용수정 등에 꼼꼼히 달라붙어 땀을 쏟았다.
마침내 1권이 출간되자 독자들에게서 폭발적 반응이 나타났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1질 6권으로 완간 됐는데 지금까지 모두 60여만 부가 팔려나갔다. 요즘도 하루 수십 부씩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스테디셀러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잡은 셈.
고려원측은 이 책의 성공에 힘을 얻어 방학기의 『대도 임꺽정』, 강철수의 『팔불출』, 이두호의 『덩더꿍』등을 잇따라 출간, 70∼80년대를 풍미한 성인 만화시대의 주력 출판사가 됐다.
한편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크게 히트하는가 하면 TV만화로도 제작 방영돼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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