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취향 신곡 범람 |"국적불명-값산 환상"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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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엉뚱하게도 동화 같은 이국취향의 가요곡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인기순위의 정상급에 오르자 비슷한 취향의 음악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그건 언제나 나의 꿈 불타는 태양 볕에 울부짖는 사하라… 내 마음의 꿈을 심은 환상의 아라비안 나이트.』
『아라비안 나이트』가 어린 시절 꿈을 주었다는 내용의 영어 랩을 삽입한 이 노래는 동양의 악기 음색과 리듬에 서구의 댄스 음악이 뒤섞인 형태다.
그룹 「015B」의 대표곡『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객원 싱어」로 노래 부른 김태우는 또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 나이트』를 발표, 아랍 풍의 가사와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신인 심준석은 『차이니즈 모델』이란 음반을 발표했는데 거기 수록된 전곡이 이국의 환상을 소재로 한 것들.
『어렸을 때 제목도 모르는 중국영화에서 얼핏보았을까』라는 노랫말에서 보둣『차이니즈 모델』은 한 중국여인의 사진을 소재로 삼고 있다.
심준석의 신곡 중 댄스리듬에 인도나 아라비아 풍 선율을 복합시킨 『알라딘의 램프 같은 그녀』는 사랑의 대상을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에 접목시키고 있다.
심준석은 특히『차이니즈 모델』중간 부분에 탁구스타 안재형의 부인 자오즈민이 직접 낭송한 토크 송을 삽입, 이채를 띠고 있다.
한편 이승환·오태호는 그들이 어렸을 때 즐겼던 TV만화영화에서 제목을 따온 『플란더스의 개』라는 노래를 통해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이국적 환상을 그리고 있다.
신승훈의 신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수일과 심순애』보다 외국의 멜러 드라마가 더욱 가깝다는 현실을 되씹게 하는 노래.
그러나 이들이 최근 차용하고 있는 이국풍의 음악들은 원래의 외국 음악에 뿌리박은 것이 아니라 영화·비디오 등에서 단편적으로 접한 경험을 재현하는 것으로 팝이나 일본의 대중가요 분위기까지 겹쳐진 국적불명의 가요란 지적이다..
이 노래들은 50년대에 나왔던 명국환의 『아리조나 카우보이』현인의 『인도의 불꽃』처럼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가요들로 그때와는 달리 대중음악계 내에서도 고립을 면치 못 할 것으로 보인다.
동화적인 가사에다 독특한 음색을 보여주는 이 신인들의 노래는 한결 같이 컴퓨터·신시사이저 기기에서 나오는 아랍이나 인도의 전통악기 음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동화적 이국취향의 노래들이 쏟아지는 것은 동어 반복적인 대중가요 소재에 색다른 내용으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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