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감 못잡겠다”/학교도 수험생도 대비책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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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제유형 확정안돼 혼란/타계열 지원도 어떻게 될지 몰라
국립교육평가원이 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계획을 확정,공고함으로써 일선학교와 수험생들이 본격 수능시험 대비체제에 돌입했으나 수험생 최대의 관심사인 문제유형·타계열 응시 제한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아 혼란과 초조함속에 수험준비가 유례없이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학교·학원과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과연 통합교과식이 될 것인지,종전의 학력고사식이 될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통합교과식은 다양한 지식을 측정하기 위해 단순암기식 문제풀이보다는 이해력 측정에 중점을 둬 영역에 관계없이 교과서 밖의 분야에서 지문을 사용하기도 해 수험생들로서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또 계열구분없이 치러지는 수능시험이 대입에서 계열교차 지원때 감점제 적용이 아직 유동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이과반 학생들은 전과의 눈치를 보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능시험 혼란=당초 통합교과식 출제방침을 밝혀온 국립교육평가원측은 1일 『2개 과목 이상이 결합된 통합교과식 출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종전 학력고사와 절충된 형태가 될 것임을 비춰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방식에 혼선을 빚고 있다.
강남의 D고교 조한욱교감은 『통합교과식 수업은 능력이 없고 그렇다고 종래의 학력고사식 과목별 수업을 고집할 수도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와함께 타계열 교차지원에 대한 제재조치와 관련,교육부는 현재 ▲감점(가산점)제 도입 ▲유보 ▲대학일임 ▲구체적 시행방안 마련 등 4개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으나 「대학일임」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과반 학생들은 『대입에서 교차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제한대책이 없을 경우 문과로 전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D여고의 경우 이미 8명의 이과반 학생이 문과로 전과했으며,나머지 96명의 이과반 학생도 기말고사 이후 전과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능체제 돌입=서울 D고교는 지난달 정규 교과과정을 마치고 이달부터 수업을 문제풀이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학교 박인선교사(35·영어)는 『신문과 참고서 등에 수록된 문제를 혼합·응용해 문제지를 만들어 풀이위주로 수업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생소한 통합교과형태의 수능시험에 부담을 갖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S고교는 보충수업을 언어영역·수리탐구영역·외국어영역으로 나눠 이동수업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D외국어고교는 교과별 수능 보충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과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함께 서울시내 대부분의 고교는 예년의 경우 7월초에 치르던 기말고사를 이달 중순으로 앞당겨 끝내고 「수능 마무리수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힉원 찬바람=수능시험이 통합교과적이어서 단과반 위주 입시학원들은 수강생의 외면으로 문을 닫는가하면 재빨리 「수능대비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유명 단과전문학원인 H학원은 수강생이 4분의 1로 줄었고,D·S학원은 수강생이 격감해 최근 문을 닫았다.
J학원은 전체강좌를 「수능대비반」으로 개편했으나 수강생은 20% 이상 줄어들었다.
이 학원 오창교부원장(49)은 『13개 과목을 「통합」하는 수능시험의 성격상 단과학원은 존폐위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반면 각종 외국어학원과 일부 속셈학원에서는 「수능대비 종합학습」이 성행하고 있으나 지난달 17일부터 경찰청의 불법과외 집중단속으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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