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농간­간부무책임 “합작”/도마위에 오른 경우회 골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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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주식50% 시공자에 쉽게내줘 의혹/경찰청도 3년동안 감사한번 안해
퇴직경찰관들의 복지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던 기흥컨트리클럽이 수사의 도마위에 경우회간부들의 사업능력부족과 시공업자의 농간,이를 묵인해준 일부 경우회간부들의 무책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감독관청인 경찰청이 3년동안 경우회에 대해 단 한번도 감사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도 상황을 어렵게 만든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 골프장은 경찰이 86년 3월 특혜의혹속에 골프장 내인가를 받아내 퇴직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우회가 (주)대우와 공사추진 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그러나 87년 12월 공사착수직후부터 몰아닥친 불경기와 시공회사의 경영난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88년 5월 골프장건설의 실질적 책임자로 일하던 경우회 사업국장 김원모씨가 토지구입과정에서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공사가 1년간 중단돼 이 골프장은 주인이 퇴직경찰에서 일반 시공업자로 넘어가는 길을 밟는다.
89년 4월 당시 경찰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상달씨가 공사대금 일체를 조달하는 조건으로 그가 운영하는 삼강중장비와 경우회골프장 관리회사인 삼남개발을 설립하게 된다.
이때 이씨는 10만주의 이회사 주식중 50%를 갖기로 하고 개발에 나서게되나 이때 경우회측이 주식지분을 시공업자 이씨에게 너무 많이 너무 쉽게 내줬다는 것이 큰 의혹이 되고 있다. 90년 3월 1차로 회원권 1천장을 판매,3백95억원의 현찰을 거머쥐게 되지만 대우·미륭건설측에 이미 한 토목공사대금과 그 이자등으로 거의 지급했다.
이후 91년 9월 2차로 장당 4천2백만원에 회원권 1천2백30장을 판매하려고 했으나 불경기의 여파로 1백28장만이 팔려 삼남개발은 도산위기를 맞게된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빚이 늘어 지난해 9월에는 40억원의 지분대가와 향후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이씨가 남택범씨라는 사업가 친구를 주주로 영입하고 경우회는 지분의 33%만을 차지하게돼 경영권마저 상실한다.
삼남개발은 91년 결손액이 24억원,92년에는 매출76억원에 지출 71억원으로 5억흑자를 유지했으나 감가상각비가 41억원에 달해 법인장부상 36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29일 현재 장부상 부채는 공사비·조세공과금·외상대금을 합쳐 6백63억원을 기록,이같은 경영이 계속될 경우 경우회는 쪽박만차고 골프장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다.
이번 감사와 수사는 대부분 감사·수사관계자들의 실토처럼 전관예우의 관례를 탈피,온갖 압력과 유혹을 뿌리치고 용감히 나섬으로써 시작됐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팀은 감사에서 드러난 골프장건설·운영관련비리를 토대로 엄정한 수사를 벌여 개인의 이익에 급급했던 선배 고위경찰까지 적발,사법처리하고 평생을 국가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선량한 퇴직경찰관들의 품에 골프장을 다시 돌려주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하는 짐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수사에는 전직 경찰고위간부들이 많이 연관돼 있어 그 비리가 모두 밝혀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않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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