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씨,정덕일·조성일씨와 회합/“거명말라” 사전 각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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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빌린돈 빌라로 갚겠다” 회유/백억대 부동산 은닉 의혹도/정씨 진술… 번복대비 법정증언 증거보전
이건개 전대전고검장은 서울지검 강력부가 슬롯머신업소에 대한 일제수사에 나서자 정덕일씨(44)를 비밀리에 접촉,자신과의 유착사실을 은폐토록 사전에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산공개때 1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제3자명의로 은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고검장은 이와 함께 정씨일가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슬롯머신업소 검찰수사가 시작된뒤 정덕일씨의 도피·잠적을 종용하면서 문제가 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빌리지빌라를 되돌려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정씨측이 수사중단 청탁압력 등을 위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관급 재산공개당시 자택 등 9억8천5백만원만을 신고한 이 전고검장은 서울 강남·북일대 요지에 건물·대지 등 1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제3자명의로 등기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사전각본=정덕일씨는 27일 오후 4시 서울 형사지법 4단독 주경진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에서 『88년 5억원을 건네주면서 차용증과 영수증을 받아두어야 수사중단 등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이 전고검장으로부터 직접 영수증을 받아둔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씨는 또 『90년 이 전고검장이 대검공안부장 재직시절 대검청사에서 그를 따로 만나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상의하고 이해 11월 타워호텔 객실에서 조성일씨(46)와 이 전고검장을 함께 만나 조씨에게 돈을 빌려줘 롯데빌리지빌라를 구입한 것으로 하고 세무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이 전고검장은 표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짰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서울지검의 일제수사가 시작된뒤 모방송사 J씨를 통해 연락을 받고 지난달 24일 힐튼호텔에 나가자 이 전고검장이 초조한 기색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롯데빌리지빌라를 되돌려 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거절했으며 국세청세무조사 당시 타워호텔에서 약속한대로 입을 맞춰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전고검장이 『형 정덕진씨가 구속되더라도 2∼3개월간 도피,은신하라』고 종용했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박철언의원과 관련,『박 의원에게는 5억원외에도 91년 11월 하얏트호텔 사우나 등에서 박 의원을 만나 두차례에 걸쳐 수표를 양복상의에 꽂아주는 방법으로 모두 1억7백만원을 별도로 건네줬다』고 말했다.
◇재산은닉 의혹=이 전고검장은 각각 시가 3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고암빌딩(지하 1층·지상 4층)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청파빌딩(지하2층·지상 5층) 등 1백억원대 부동산의 실제소유주임이 입주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 검찰이 실사에 나섰다.
고암빌딩의 경우 이 전고검장은 고교후배인 D개발 대표 김모씨(41) 등 2명의 명의로 등기했으나 입주상인 한모씨는 『이 전고검장이 실제 소유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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