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 정확히 예측한 삼성증권 유승민 차트 분석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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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22면

“단기 기술적 지표에 의하면 코스피 지수의 상승 추세는 견조하다.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과열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비록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상승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3분기 특히 7월에는 신중하게 주식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7월 5일자 삼성증권 분석 보고서 ‘목표치 도달 이후’에서)

“10월이면 주가 반등한다”

7월 25일 사상 최고치(2004)를 갈아치운 뒤 급격하게 조정받고 있는 코스피 지수 행보를 이렇게 정확히 전망한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보고서는 7월 말 주식시장 상황을 정확히 내다보고 있었다. 보고서 작성자는 삼성증권 유승민(사진) 차트 분석가. 차트 분석이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는 증시 투자자들의 매매행태(심리)를 통해 주식시장을 진단·전망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날인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는 “코스피는 이미 단기 목표치(2000대)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차익실현 압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낙관론이 팽배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 보고서는 이례적이었다.
투자자들을 공포 상황으로 몰고 간 8월 첫째 주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3일 그를 만났다.

-최근 주가 급락을 어떻게 보는가.

“아주 바람직한 조정이 적절한 때에 찾아왔다. 만약 주가가 더 많이 오른 뒤 조정국면을 맞이했다면 증시는 보다 근본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조정이 찾아온 덕분에 증시의 펀더멘털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지난달 초 어떤 근거로 주가 하락을 전망했나.

“엘리어트 파동이론과 피보나치 비율 등 각종 기술적 지표를 이용해 주가 수준을 진단했다. 6월 말, 7월 초 이들 지표는 이미 코스피 지수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 작게 반등하는 상황이 지난주 계속됐다. 주가가 얼마만큼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나.

“코스피 지수 1760 또는 18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다. 주가가 여기까지 떨어지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등 시점은 언제로 보나.

“10월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본다. 이후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는 23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렇다면 최근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것인가.

“그렇다. 비록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도 하락 국면은 있게 마련이다. 1983년 1000선을 돌파한 다우존스 지수가 99년 10,000선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도 기복이 많았다. 어떤 해에는 직전 연도 종가보다 15% 낮을 때도 있었다. 아무리 구조적으로 증시가 좋더라도 모든 이들이 주식에 열을 올릴 때에는 단기 과열 국면에 진입한다. 과열 상황은 급격한 조정을 통해 해소되는 증시의 기본 원칙은 대세 상승기에도 피할 수 없다. 7월 25일 이전에는 서너 명만 모여도 주식과 펀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지금은 너무 짧은 시간에 달궈진 증시가 휴식을 취하는 냉각기다.”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내년 증시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는데.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돌파하고 나면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기업 이익이 올해만큼 좋아지기 힘들 것이며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사태를 올해 안에 해결하면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이런 악재들이 주가를 끌어내릴 것으로 본다.”

-내년에 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봤는데.

“가계가 예금 중심의 자산 구조를 펀드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고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탄탄하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감안하면 2012년까지 주가는 오를 것이다. 2012년은 주 소비자층인 40대와 5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두텁게 형성되는 시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 하락국면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가 높을 때 사서 바닥에서 파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하락 국면의 고통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단기 하락 국면이 별 것 아니게 보이지만, 막상 당할 때는 영원히 하락할 것이란 착각을 갖게 마련이다. 대세의 큰 흐름을 잡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서브 프라임 문제가 지속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보는가.

“아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세계에 풀린 유동성(돈)으로 서브 프라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란

주가가 ‘상승 5파’와 ‘하락 3파’를 끊임없이 반복한다는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술적 분석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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