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승진 “대기석”/고검장 어떤 자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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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지검장 등 주요 보직 거쳐야 자격/모두 8석… 4년내 진급못하면 “용퇴”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수사와 관련,3명이 무더기로 사퇴한 검찰의 고등검사장은 같은 차관급인 검사장보다 한단계 높은 자리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을 특징으로 하는 검찰조직에서 고검장은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고검 검사장 5석과 대검찰청의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을 합해 모두 7자리.
여기에 관례상 중고참 고등검사장중 1명이 검사직에서 정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법무부차관자리를 합하면 8자리이며 종종 청와대 민정·사정수석비서관에 고검장급이 임명되곤 한다.
검찰의 직급은 월 3월 고등검찰관 직급이 폐지돼 일선지검·지청의 검사·지청장·부장검사·차장검사를 통칭하는 검찰관과 검사장·고등검사장·검찰총장 등 네직급이 있어 고검장은 위로 총장 한사람의 지휘만을 받는다.
그러나 고검은 지검·지청이나 대검 중앙수사부와 달리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수사권 없이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항고사건과 ▲고등법원에 계류중인 항소심 공판관여가 주요 임무인 탓에 고검장은 검찰총장 승진을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는 「한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법시험 합격자가 고검장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법연수원을 마치면서부터 시작되는 검사임관 경쟁과 부장검사급 주요보직 경쟁에 이어 검사장 승진이 보장되는 재경지청장 보임을 거쳐 검찰의 별인 검사장에 승진해야 한다.
검사장 승진뒤에도 전국지검장과 법무부,대검 주요 참모직중에서도 서울지검장이나 법무부 검찰국장,대검 중수부·공안부장쯤을 거치는 첩첩산중의 보직관리에 성공해야만 고검장직에 오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사시1회 동기생중 선두주자로 고검장에 승진했다가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이된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도 대검공안부장을 지내고 치열한 경쟁끝에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오른뒤 고검장에 승진하는데 사법시험합격(63년)후 만30년이 걸렸다.
따라서 일단 고검장직에 오르면 후배검사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게되는 것은 물론 수사지휘권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8명중 누군가가 법무장관과 함께 인사권을 장악하는 검찰총장에 오를지 모른다는 예견된 영향력 탓에 웬만한 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권위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검장은 4년내에 승진하지 못할 경우 직급정년에 해당되는 것은 물론 행여 고시후배가 총장직에 오르면 「용퇴」하지 않을 수 없는 불안한 자리이기도 하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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