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뚜렷해진 「북핵」 해결 수순/전기침외교부장 방한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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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고와 대화” 한중 역할분담/시한전 NPT 복귀 가능성
첸치천(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결수순이 보다 명확해진 것 같다.
즉 중국측은 종전처럼 설득의 유화적인 역할을,한국측은 경고의 강경한 입장을 각각 맡는다는 역할분담을 통해 마지막 압력을 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입장은 북한핵에 관한 한승주외무장관과 첸치천부장의 회담 과정을 보면 보다 명백해진다. 한 장관과 첸 부장은 26일 첸 부장 방한 즉시 열린 1차회담에서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공동노력을 한층 더 강화키로』 했다.
이것은 두 장관이 지난 4월 방콕에서 첫 대면했을때 합의한 것보다 양국간의 협력을 문자 그대로 「한층」 강화한다는 것으로 북한핵에 대한 양국의 노력이 6월12일이라는 시한을 앞두고 보다 강해질 것이라는 예고다.
두 장관은 또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도록 협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북한의 핵문제 설득에 나서고 있는 중국측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그와같은 조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경고적인 의미도 깔고 있다.
이번 방한기간에 있은 첸 부장의 발언 등은 적어도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임하는 입장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첸 부장은 북한문제·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화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첸 부장은 외무장관 회담이나 기자회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조선」이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중국측이 그동안 『조선은 핵무기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간접화법으로 북한의 핵무기개발 반대의 뜻을 표명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표현은 보다 직접적이다.
이러한 발언의 추이를 보면 비록 첸 부장이 『대화에 의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긴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화가 가능한 동안은 대화를 한다」는 원칙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중국측이 이처럼 대화를 통한 해결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것이 북한에 대한 설득의 여지를 얻기위한 명분용으로도 보이나 이미 여러차례 북한측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측의 핵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도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인니를 방문했던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이 귀로에 북경을 들른바 있고,또 순회대사 최우진이 북경을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북한의 의도에 대한 감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첸 부장은 북한에 중국대표를 보낸 적이 없다며 이런 추측을 일축했지만 적어도 북한의 의중에 대한 충분한 파악은 하고 있을 것이라는게 정부측의 기대이기도 하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역설한 첸 부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한 외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6월12일 이전에 NPT에 복귀하지 않으면 모든 양자회담의 중단과 즉각적인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비추고 『한·중간에 핵문제에 관한 의견의 완전한 일치』를 강조한 것은 양국 외무장관의 발언이 한가지 맥락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을 방문하는 사실 그 자체로 이미 북한측에 「간접압력」을 가한바 있는 첸부장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그의 여러번에 걸친 발언 등을 통해 앞으로 국제적인 압력이 가해질 경우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입장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북측에 전한 셈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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