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농촌당'의 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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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가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 대상국 선정이 잘못됐다."

지난 8일 오후 5시쯤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잘못된 협정"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정부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같은 주요 경제권과 FTA를 맺지 않고 농산물 수출 강국인 칠레와 먼저 협정을 맺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바로 직전 역시 농촌 출신인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도 "칠레가 농산물 수출 3대 강국이기 때문에 FTA 대상국이 잘못 선정됐다"며 한.칠레 FTA를 반대하는 명분을 삼았다.

그러나 이들이 반대의 논거로 삼은 수출 순위는 잘못된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통계에 따르면 2002년 농산물 수출 1위국은 역내 교역이 활발한 유럽연합(EU.2천3백37억달러)이다. 그 다음으로 미국(6백88억달러).캐나다(3백26억달러).브라질(1백94억달러).중국(1백88억달러)이 5위권에 든다.

칠레는 2002년 72억달러어치를 수출해 농산물 수출국으론 세계 14위에 불과하다. 김효석 의원이 칠레 대신 FTA를 맺으라고 했던 아세안이야말로 농산물 수출의 강국들이다.

태국이 2002년 1백16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해 세계 8위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90억달러)와 말레이시아(90억달러)도 10위권에 드는 나라다. 특히 태국은 한 해 7백만t 이상의 쌀을 수출하는 세계 쌀 수출 1위 국가다. 쌀은 우리나라 농업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쌀 시장 개방은 농업시장의 전면 개방을 의미한다.

'농촌당'의원들은 농민 피해를 우려해 FTA에 반대했다고 하지만 기초적인 사실마저 확인하지 않은 주장으론 설득력이 없다. 왜곡된 숫자까지 동원해 무작정 반대만 하면 표를 줄 정도로 우리 농민들이 무지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재홍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