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 지속 … 겨울장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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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으로는 한겨울인데도 포근한 날씨와 눈 가뭄이 계속되면서 '겨울장사'에 비상이 걸렸다.

이상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원도 황태 생산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김 작황도 극도로 부진하다. 스키장.눈썰매장은 눈이 내리지 않아 울상이고, 백화점 겨울상품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산 황태의 70%를 생산하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 일대 1백만여㎡의 황태 덕장은 절반이 비어 있다. 날씨가 따뜻해 썩을 것을 우려한 업자들이 명태 걸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미 걸어놓은 것들도 녹아서 땅에 떨어지기 일쑤다.

덕장 주인 黃모(56)씨는 "황태가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고 눈도 내려야 하는데, 포근한 날씨 때문에 올 황태 생산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상류 주변 숙박업소와 식당.낚시용품 판매점들도 개점휴업이다. 예년 같으면 평일에는 하루 4백~5백명, 주말에는 2천~3천명의 얼음 낚시꾼들이 몰려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렸으나, 올겨울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얼음이 잘 얼지 않기 때문이다.

김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해안 바닷물 온도가 김 생산 적정온도(5~6도)보다 1~2도 정도 높아 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자란 김마저 누렇게 떠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어민 이상록(55.충남 서천군 서면)씨는 "지난해에는 김발 1대(가로 40cm.세로 1.8m)에서 1백20속(1속=1백장)을 생산했는데 올해엔 절반도 건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때문에 충남도의 올해 김 생산량은 당초 예상(4백만속)에 비해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강원도 내 눈 축제장과 스키장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대관령 눈꽃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평창군은 올겨울 눈이 3㎝밖에 안 내린 데다 그나마 다 녹아버려 축제에 필요한 눈 조각과 눈썰매장용 눈을 인근 스키장의 제설기를 빌려 겨우 만들었다. 9일 개막한 태백산 눈 축제도 눈이 부족해 설상(雪上)축구대회 등 일부 행사는 아예 취소됐다.

평창 용평리조트.보광 휘닉스파크 등 유명 스키장들도 눈이 부족해 일부 슬로프를 폐쇄한 채 영업 중이다. 평창군 김진영(48)문화계장은 "1월 중 대관령이 이렇게 눈이 없고 포근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겨울 특수를 노리고 두꺼운 옷을 대거 준비했던 백화점과 의류 제조업체들도 낙담한 표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모피.코트.머플러 등 겨울의류 매출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1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대전=김방현 기자

*** 시베리아 고기압 유럽쪽 치우쳐

◆왜 이상 고온인가=우리나라에 추위를 몰고오는 찬 대륙성 고기압인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도 유럽 쪽으로 치우쳐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을 몰고오는 북서기류도 약해져 한기(寒氣)는 중국 만주 쪽으로 간다.

결국 따뜻한 중국쪽의 공기가 유입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오호츠크해 상층 저기압에서 한반도 쪽으로 뻗어있는 기압골도 없다. 기압골에 들면서 날씨가 흐려져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겨울 많은 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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