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버킹엄궁 222년만에 일반공개|희귀 명품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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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국 왕실의 버킹엄궁이 2백22년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 11월 화재로 불탄 윈저성의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97년까지 버킹엄궁을 개방키로 했다. 매년 8∼9월 8주 동안 1인당 8파운드(한화 약1만원)의 입장료를 받아 4천만파운드(4천8백억원)에 달하는 복구비용 중 70% 정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버킹엄궁은 영국 왕의 공식관저로 1703년 버킹엄공이 건조했다. 1761년 조지3세가 왕실 소유로 매입했으며 1825년 조지 4세가 건축가 존 내시를 시켜 전체를 개조, 정식 왕궁이 됐다.
1837년 빅토리아여왕이 즉위하면서 국왕의 런던관저가 된 버킹엄 궁은 7천점의 그림과 진귀한 가구·조각·도자기 등을 소장, 세계 최대의 개인박물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접견실 19개, 왕실 가족 및 손님을 위한 52개의 거실, 왕실 손님들의 침실 1백88개, 사무실 92개, 욕실 78개 등 6백개의 방을 갖춘 버킹엄궁은 왕실 주최 가든파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돼 왔다. 이번 개방으로 여왕의 개인거실·사무실·기타 개인 시설물을 제외한 무도회장·접견실·만찬장·화랑 등 공식행사에 쓰여온 19개 방이 일반에 선보이게 됐다.
근위실을 거쳐 버킹엄 궁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연분홍빛 대리석으로 1층 전부를 차지하다시피 한 마블 홀이 왕실의 위엄을 드러낸다. 벽에는 왕실 조상들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고, 특히 버킹엄궁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빅토리아여왕의 초상화와 유품들이 눈길을 끈다.
중앙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서면 녹색·푸른색·백색등 각기 다른 색깔로 채색된 접견실·만찬장·음악실·화랑 등이 차례로 모습을 보인다.
화랑은 루벤스와 반 다이크 형제로 대표되는 플탕드르파의 그림을 전시하기 위해 조지 1세가 꾸민 곳으로 천장높이가 45m나 된다.
이제까지 단 한차례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반 다이크의 『말위의 조지1세』(1663년)를 비롯, 잰 버미어의『음악레슨』(1660년), 렘브란트의『배 만드는 이와 그 부인』(1633년) 등 진귀한 그림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음악실은 왕가의 세례의식이 있었던 곳으로 여왕이 국빈을 접견하는 곳이다. 또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결혼하면서 찰스 왕세자와 첫 키스를 나눈 곳으로 유명한 서쪽 테라스도 관람할 수 있다. <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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