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리승진 응시자 근무 특별배려 자성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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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상자 업무면제 없애야”
은행원들의 대리시험철이다. 시험을 앞두고 몇주에서 두어달 정도일에 신경 쓰지 않고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비공식적으로 「배려」하는게 관례인 금융계에서 최근 과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라는 조용한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느때보다도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신입행원을 뽑지 않고 있으며 소수정예주의의 출장소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자신이 알아서 틈을 내 대리시험을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대리(4급) 시험은 통상 입행한지 5년정도(대졸행원 기준)된 행원에게 주어지는 자격시험으로 은행원들에게는 행원생활도중 사실상 유일한 시험이어서 「고시」로 통하며 매년 5,11월이 시험철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리시험을 보는 행원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아예 출근을 안하거나 출근은 하지만 업무를 보지 않고 근처 독서실이나 여관 등에서 눈치껏 공부할 수 있도록 지점장이 특별히 편의를 봐주는게 관행이 됐다. 이같은 「수험생 편의 봐주기」는 고참 주사의 사무관 승진 시험때와 같이 일부 관청에도 남아있지만,최근에는 승진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들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평균 두달정도씩 시험준비기간을 주었으나 요즘은 그 기간을 줄이고 있다.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니까 정기 또는 월차휴가 등을 시험직전에 내는 행원도 있다. 또 종전에는 한과목만 떨어져도 전과목시험을 다시 보게 했던 선발고시 형태에서 일단 통과된 과목은 인정,다음 시험에서 면제해주는 자격시험 형태로 바뀌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몇주 또는 몇달씩 중견행원이 자리를 비워도 된다는 것은 결국 인력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대리시험에 합격해도 2∼3년 기다려야 실제(통상 7년)로 대리가 되므로 이제는 자신이 알아서 공부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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