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관련장성 전격 「추방」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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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혁명적 숙군”… 군 망연자실/지휘계통 재정비 넘어 구조개편 신호탄/공군 합참의장·ROTC 대장시대 개막
「12·12쿠데타적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합참의장과 2군사령관등 주요장성들을 전격전역조치한데 이어 합참의장후임을 공군에서 발탁한 것은 「혁명적인 숙군」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경질한 두차례의 인사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결과 지난 4월에 이뤄진 정기인사에서도 12·12사태관련자와 그 주역들이었던 하나회소속 장성들이 여전히 군내요직을 차지하는 결과를 빚어 군에 대한 문민정부의 한계로 비춰졌었다.
더군다나 군진급비리에 대한 사정이 해·공군에만 집중되어 조종장교 2백여명이 집단항명 움직임을 보이는등 사태가 악화되자 그나마 전부 석방시킴으로써 군부조리가 문민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12·12관련자들의 전격적인 「추방」조치는 군도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며 이에 필요한 군지휘계통의 재정비와 함께 앞으로 군구조의 개편까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 사태진전이 주목된다.
○…정부가 12·12쿠데타 관련 현역장성들에 대해 전역등 인사조치를 단행키로 한 것은 김영삼대통령이 12·12를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으로 성격규정한 지난 13일의 담화발표가 있고난 뒤 급속도로 추진돼 왔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담화발표 직후 권영해국방부장관에게 12·12당시 이 사건에 참여했던 장성중 아직 현역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의 명단과 현직책등을 파악,보고하라고 지시했었다.
이 과정에서 권장관은 80년당시 보안사 서빙고분실총책임자로 근무한 적이 있는 H모 대령(현3사단부사단장)등을 불러 12·12에 관여했던 현역장성들의 근황과 당시 이들의 참여정도등을 직접 보고받았고 기무사가 비밀조사를 진행.
국방부는 이를 기초로 12·12관련 현역장성중에 당시 9사단 29연대장으로 육본등을 접수한 이필섭합참의장(육사16기)을 비롯한 김진선2군사령관(육사19기·당시 수경사상황실장) 안병호2군부사령관(육사20기·당시9사단작전참모)등 3명을 옷벗기기로 결정.
특히 12·12사태주동자들은 경복궁30경비단에 모인 장성들과 노태우사단장이 서울로 끌고 들어온 9사단·1,3,5공수·2기갑여단 등이 중심인데 경복궁참석자들은 모두 전역됐으며 이번에 주로 문책된 것은 9사단 인맥이어서 책임이 노 전대통령까지 겨냥한 인상. 12·12가담부대는 9사단과 공수부대등 9개부대인데 앞으로 얼마만큼 확대될지가 주목.
군당국에서는 5·18광주사태가 「민주항쟁」으로 규정됨에 따라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현역장성들도 조사,당시 20사단61연대장이었던 김동진 현육참총장등 12명을 최종확인했으나 5·18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은 제외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도 보류.
○…이필섭대장등 12·12관련 현역장성 3명을 전격 경질시킨 5·24인사조치가 나오자 국방부·합참을 비롯한 군장교들은 한결같이 망연자실한 표정.
이 대장의 경우 실제로 지난 3·8인사조치이후 권장관과는 단 한번도 공식적인 만남이 없었으며 사실상 냉전기류가 감돌아 합참관계자들까지도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동향에 대한 청와대쪽 눈치살피기에 신경을 써왔다는 것.
또 김진선대장은 지난달 8일 대장 승진,2군사령관이 된지 한달여만에 전격경질돼 창군사상 최단명 군사령관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부사령관인 안병호중장도 함께 경질,2군사령부는 수뇌부 교체 50여일만에 된서리를 맞게됐다.
○…2군사령관 보임 50여일만에 전격경질된 김진선대장의 후임에는 박세환교육사령관(학군1기)이 대장승진,임명돼 학군(ROTC)대장시대가 열렸다.
ROTC동기회에서는 이날 박대장 소식이 전해지자 오전부터 축제분위기에 회원들끼리 연락을 취하는등 들뜬 분위기. 그러나 육사출신들은 무거운 분위기인데 『군사령관 임명 두달도 못돼 또 바꾸는 인사가 어디있느냐』고 은근한 불평들.
일부 야전에서 동요가 있다는 소문도 있으나 개혁분위기는 못거스를 것이라는 분석.
○…이필섭대장후임으로 합참의장이 된 이양호공군참모총장은 합참사상 최초로 공군출신이라는 점에서 군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을 수 있다는 규정을 처음으로 실현하게 됐다는 점에서 합참관계자들,특히 해·공군 장교들은 대폭 환영하는 분위기.<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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