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연구서 출간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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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새정부 출범 이후 친일파 연구서 출간 붐이 일고 있다.
최근의 연구서로는 지난 3월 역사문제연구소의『인물로 보는 친일파 역사』(돌베개)가, 4월엔 반민족문제연구소의『친일파 99인』(역사비평사·전3권)이 있었다.
이어 지난 15일엔 학민사의 친일파시리즈 제5권『일제하 기득권자들의 좌절과 변절』이 출간됐다.
정치평론가 김삼웅씨와 반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정운현씨가 자신들을 포함한 9명의 논문 10편을 엮은 이 책은 특히 그동안 미흡하게 다뤄졌던 종교계의 친일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종교별로 보면 김승태씨(숙명여대 강사)가『기독교계의 일제잔재 청산문제』를, 김산씨(자유기고가)가『불교계의 친일군상』, 임혜봉 스님이『일제하 조선승려의 일본시찰과 친일화 과정』을, 김경택씨(반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가『한말·일제하 천도교 간부들의 친일문제』를 각각 다뤘다.
친일파 문제라는 주제는 그동안 국회의「반민특위」가 해체되는 등 친일인맥이 여전히 행세하는 불행한 역사현실과 관련해 연구와 출판이 크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친일파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해방직후 잠깐 나온 외에는 20년간 침묵을 지키다 66년 재야사학자 임종국씨의『친일문학론』이 처음 발간돼 파란을 일으켰었다.
80년대 들어서도 친일파 연구서적은 길진현의『역사에 다시 묻는다-반민특위와 친일파』외에는 임씨의『친일논설선집』등 몇몇 저서 외에는 꼽을만한 것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해방 47년간 친일파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서적은 10여권에 불과하며 전부가 대학교수가 아닌 재야의 사학자와 연구가들의 것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여전히 청산을 기다리고 있는 현안임을 반증하고 있다. 이번 봄 3개월 동안 5권의 연구서가 연이어 출판된 것은 친일파 인맥들이 엄존하고 있는데 따른 자료 입수와 확인의 어려움을 딛고 민족의 정기와 자존심을 회복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학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최근의 친일파 연구서 출간 붐은 새로 출범한 문민정부의 개혁이 역사의 숙제를 풀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훈처는 지난 13일 정부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6천여 명을 재심사, 공적이 모호하거나 친일했던 인사들을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 작업은 청와대의 지침에 의한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어 친일문제에 대한 연구와 출판은 이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앞으로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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