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맞아 찾아본 송월주스님(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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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처님 자비심」 실천이 중요”/이기심 버리고 「더불어사는 사회」 건설/새정부 개혁 미흡… 종교계도 자성해야
28일은 불기 2537년 부처님 오신 날. 탐욕·허영·어리석음으로 가득찬 인간세계에 부처님이 나타나신 의미를 새삼 깨닫고 본래의 자신이 무엇인가를 되새기는 날이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는 김영삼 문민정부의 사정바람이 각 분야에 새로운 자극과 반성을 환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교계 일각에서도 종단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중 불교에서 벗어난 현실참여 불교를」이라는 개인적 신념에서,때때로 재야세력의 한가운데에서 불교계를 대표해온 원로승려 송월주스님(59·금산사주지·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18일낮 도심 한복판 덕수궁 뜰에서 만났다.
마침 5·18광주민주화운동 13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중 YMCA 2층 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영령추모 및 항쟁기념식」에 민주항쟁기념국민위원회 공동대표로 참여한 월주스님이 『5월 광주의 복권으로 민족정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요지의 강연을 마친 자리라 최근의 이런저런 현실문제에 대한 의견부터 물어봤다.
○「5·18진상」 밝혀야
­김영삼대통령은 광주문제와 관련,진상규명은 역사에 맡기자고 했는데 올바른 광주해법에 대한 스님의 생각은.
『13일 대통령 담화에서 광주민주항쟁의 명예회복을 과감히 거론하고 망월동의 성역화,도청이전 및 기념관 건립,기념일제정 등 여러가지 후속조처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합니다. 문민정부가 수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보고요. 그러나 진상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누구를 상대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하는가 하는 광주주민의 외침에도 이해가 갑니다. 다만 진상규명 다음 단계에 책임자 처벌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볼때 보복과 갈등의 증폭도 염려됩니다. 바람직한 것은 진상이 밝혀지면서 책임있는 당사자가 스스로 나서서 사과,참회하는 겁니다.』
­김종필민자당대표는 5·16의 역사적 평가문제에 대해 스스로 나서 현정권도 5·16의 계승정권이라는 시각에서 기승전결론을 폈는데.
『5·16 혁명이 역사를 역행한 쿠데타라는 것은 이미 평가가 내려져 있다고 봅니다. 다만 5·16의 긍정적인 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권위주의 정치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정통성이나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등 부정적인 면이 더 컸다고 봐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5·16 주체라는 분이 스스로 공과를 말한다는 것은 오해를 살 염려가 있고 자칫 군사정권에로 회귀하려는 저의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논란의 소지가 있지요.』
­출범 3개월이 지난 김영삼정부에 대한 스님의 개인적 평가는.
『사람을 바꾼다든가,개혁정책을 편다든가 하는 가시적인 면에서 성과가 크고 국민들의 지지도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도덕성 회복이나 경제재건에 아직도 정부가 향도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빈부격차의 심화,공직을 이용한 개인축재,부동산투기,놀고먹는 유한층이 많다는 점 등 경제정의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잖아요. 정치개혁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경제정의 실천 시급
­월주스님은 여러 재야단체에 참여하면서 5,6공의 잘못된 점을 지적,「깐깐하다」는 평도 들을만큼 사회활동이 많으신데 불자의 현실참여에 대한 평소 지론은.
『지난 시기 권위주의적 방법으로 정부가 모든 분야를 박제하고 강요할때 순순히 따라가지 않은게 사실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몸을 부딪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합니다.
세계는 지금 가부장적 권위주의는 퇴조하고 여러분야가 고루 균형발전하는 추세입니다. 사회적 정의라는 점에서 볼때 우리사회안에는 분개할만한 구석이 많아요. 5%정도의 인구가 전체 사유지의 64%를 차지하고 있다든지,부동산 투기로 얻는 돈이 1천만 노동자가 1년동안 뼈빠지게 일해 버는 임금을 모두 합친 것의 2∼3배가 된다든지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어요. 그릇된 가치관으로 물질적 풍요만 바라서는 안되며 정신적인 면도 추구해야 한다고 기회있는대로 일깨워야 합니다. 공해문제도 심각해요. 산업발전에 따라 토양이 산성화하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하면 1백년후 생태계가 파괴되리란건 분명합니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공존하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나서 공해추방운동을 펴야지요. 그밖에도 민족통일로 분단의 고통을 없애고 인권문제가 사라지도록 하는게 바로 현대판 보살행이지요. 불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소승적입니다. 시민단체와도 연대,사회고·시대고를 함께하는게 바로 더불어사는 중생에 대한 이타행입니다.』
­최근 불교계 일부에서 종단개혁을 위해 승려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 불교계의 개혁은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한지.
『우리사회가 어디라고 할것없이 총체적 부패에 물들어 있다고 보는데 종교인 스스로가 사회의 목탁,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한 점도 많아요. 뼈아프게 반성하고 참회해야 합니다. 불교계도 아직 종단 분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도덕적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도 나타나 부끄럽습니다. 일반 종도·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종단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반성하는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성명서나 읽고 무슨 선언이나 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승려대회는 종도의 여론을 수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어봐야 나중에 질책을 받게 마련입니다.』
○목탁역할 충실하자
­부처님 오신 날에 사부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날때 진리의 몸으로 나타났습니다. 진리는 자기집착을 버리고 모든 중생과 한몸이 되는 동체대비심을 말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하루행사로 그칠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자비심을 생활속에서 계속 다지고 실천해야지요.』
1935년 전북 정읍출생인 월주스님은 현재 전북 김제 금산사주지와 서울 영화사회주를 겸하고 있어 한달을 쪼개 오르락 내리락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게다가 재야단체인 경실련공동대표,조국평화통일불교인협의회장,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불교위원회 공동대표,공해추방불교인모임회장 등의 책임도 맡고 있어 자그마한 체구에도 어지간한 활동력을 과시하고 있다.<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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