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일 만났지만 돈 안받았다”/박철언의원 철야조사서 수뢰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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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홍 여인 등 3자 대질키로/검찰/내일중 박 의원에 영장청구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는 22일 덕진씨 형제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국민당 박철언의원(53)을 검찰로 소환,뇌물수수경위에 대해 철야조사를 벌여 『90년 추석을 전후해 정덕일씨(44·뉴스타호텔대표)를 한차례 만났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의원이 『돈을 건네받기는 커녕 돈을 담았다는 007가방조차 본 적이 없다』며 수뢰사실을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23일 새벽까지 박 의원을 계속 추궁한뒤 뇌물공여자인 덕일씨와 뇌물전달 목격자인 홍모씨(43·여)를 3자 대질키로 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계속 혐의사실을 부인하더라도 뇌물공여자 및 목격자의 진술과 정씨 일가의 자금책을 맡아온 인천 뉴스타호텔 이모 경리상무의 『슬롯머신업소 수익금중 10만원권을 골라 천만원 다발로 50뭉치를 마련했다』는 진술이 확보돼있어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23일 박 의원에게 변호사법 위반,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뢰죄를 적용해 구속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이에앞서 21일 오후 5시쯤 김동길국민당대표와 지구당 관계자 등 2백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본인은 정씨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이 정씨 형제와 홍씨의 진술을 무턱대고 믿은 탓에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모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검찰조사과정에서 덕일씨 등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혐의를 부인하면서 『홍 여인을 만나 알게된뒤 수차례에 걸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을 찾아간 것은 사실이나 덕일씨는 한차례 만났을뿐 돈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참고인 자격으로 사흘째 검찰조사를 받고있는 덕일씨에 대해서는 ▲형이 구속중인데다 ▲검찰에 자수,수사에 협조했고 ▲조세포탈 당시 실질적인 업소가 덕진씨 소유였던 점 등을 감안,22일중 일단 귀가시킨뒤 사법처리 여부를 추후 결정키로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3일 구속된 정덕진씨가 22일로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씨는 ▲89년 1월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광주 신양파크관광호텔 슬롯머신업소 영업권을 양모씨(42)로부터 빼앗기 위한 갈취자금 2억8천여만원을 지원해주고 직접 양씨를 불러 협박한 공갈혐의 ▲88년 1월부터 90년 6월까지 영등포회관 슬롯머신 업소 등 13개 영업장에서 2중장부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부가세·소득세 등 26억1천6백여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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