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술은 기초 연구에서"|연대 뇌 연구소 2대 소장-이규창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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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뇌에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임상 기술에서는 우리도 세계 수준임을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국내 유일의 뇌 연구소인 연세대 뇌 연구소의 2대 소장으로 최근 취임한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이규창 교수 (55)는 그간 우리 나라의 연구 사정을 이처럼 솔직히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뇌 연구소는 국내 연구 수준을 선진국 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경외과·신경과·생리·병리·해부·약리·방사선·미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 전문 뇌 연구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하고 연구 결과가 임상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초 연구가 잘 받쳐줘야 임상 분야가 「응급실에서 집에까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 소장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72년부터 3년 동안 세계 최고의 뇌 연구 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산하 뇌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또 뇌에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고 깊숙한 곳의 복잡한 혈관 이상을 수술하는 미세 현미경 뇌수술을 스위스 취리히대 야사길 교수로부터 사사하고 국내에 도입한 장본인. 기초와 임상 응용에 모두 경험이 있는 뇌 학자인 셈이다.
중점 연구 분야로는 「뇌신경의 생리학」을 들었다. 뇌가 어떻게 신경을 작동시켜 신체를 움직이고 사고를 하느냐를 밝히는 분야다. 장수보다 중요한게 나이를 먹어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생각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뇌의 생리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백악관과 의회가 주축이 돼 91년부터 뇌 생리 연구를 국가 정책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고. 그는 『지원만 충분하면 막스플랑크 뇌 연구소에 버금가는 기관으로 키우는게 꿈』이라고 의욕을 보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연구 재원이 너무 적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선진국처럼 연구소에 독지가들이 유산을 기증하거나 재산가들이 병원에서 완쾌 되어나갈 때 감사의 뜻으로 연구비를 희사하는 등의 제도가 자연스럽게 정착 됐으면 하는 희망을 비췄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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