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과장 슬롯머신관련 자살/“폭력배 권유로 지분소유” 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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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협박 받았을 가능성도… 주변인물 수사
【광주=구두훈기자】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 정덕진씨(53)의 배후관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호텔슬롯머신 지분을 소유한 현직 검찰서기관이 투신자살했다.
16일 오전 1시30분쯤 전남 승주군 송광면 봉산리 곡천교에서 광주지방검찰청 사건과장 최인주씨(44·광주시 우산동 현대아파트)가 유서와 양복상의·구두·신분증·수첩·1백만원권 자기앞수표·현금 19만원 등을 남긴채 30m아래 주암호에 투신,자살했다.
최씨는 유서를 통해 『여운환(39·「국제PJ파 고문」·범죄단체조직죄로 복역중)을 알게되어 생활비 걱정은 되지않도록 하라는 권유를 받고 1억1천5백만원을 투자,슬롯머신 지분 5%를 소유했다』고 밝히고 있다.
광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과장이 목포 백제호텔 운영권자인 여씨의 권유에 따라 지난 89년 가을 동서 오모씨(48·사업)로부터 1억여원을 빌려 슬롯머신 지분을 샀으며 매달 3백40만원을 입금받았고 지난해 10월 이를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유서에서 또 『10여일전부터 죄책감에 젖어 자수와 자살중 택일을 못하고 번민했다』며 『부도덕한 제가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한 점과 공직자로서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점,죽음으로 용서받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광주지검 강력부 추호경부장검사는 『슬롯머신 지분관계로 최 과장을 직접 수사한 적은 없으나 공직자로서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슬롯머신 지분을 소유한 최 과장이 스스로 강박관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시체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잠수부 4명에 의해 투신 현장에서 인양됐다. 가족들은 최씨가 최근 슬롯머신 지분소유로 「도청당하고 있다」 「미행당하고 있다」는 등 신경쇠약증세를 나타내 자살 3일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69년 검찰에 입문한뒤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인 91년 3월 검찰서기관으로 승진,대전지검 공안과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광주지검 사건과장으로 재직해왔다.
한편 검찰은 자살한 최씨가 최근 이 지역 폭력조직들로부터 검찰의 수사정보제공 등을 요구당하는 등 협박을 받아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최씨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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