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산행-「봄의 여왕」과 환상 데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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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봄의 여왕 철쭉이 제철을 맞았다.
남쪽 한라산에서 시작, 지리산·소백산·치악산·태백산 등 중부권 산들을 차례로 물들이며 올라오는 철쭉은 5월말과 6월초를 전후해 전국의 명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지난해부터 자연보호 차원에서 관련 축제 규모를 줄이고 입산 금지 조치·자연휴식년제 등도 실시하고 있지만 철쭉 산행은 대상지만 잘 선택하면 환상적인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철쭉은 진붉은 꽃이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새하얀 철쭉도 눈에 띄어 곱고 우아한 모습을 뽐낸다. 5월 중순부터 불붙기 시작하는 철쭉은 신록이 무르익는 수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산허리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전역에 걸쳐 피는 철쭉은 사진 촬영용으로도 제격이다.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하는 곳은 제주 한라산. 해발 1천m고지에 맑은 분홍색 꽃이 무리 지어 핀 모습은 가위 환상적이다. 해발 1천7백m 지점인 윗세오름을 중심으로 해서 백록담에 이르기까지 등산로 너머에 피는 철쭉은 한마디로 「장관, 바로 그것」을 연출한다.
제주에서 서귀포 쪽으로 서부 횡단도로를 타고 가다 어리목 산장에서 내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광활한 등성이를 물들이는 철쭉 밭을 만난다. 백록담의 서북 벽을 바라보며 오르면 고사목 지대에 붉고 희게 흐드러져 무리진 철쭉을 또 한번 만날 수 있다.
지리산 철쭉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 5월말 철쭉 성수기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산행 기분을 망치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성수기를 가급적 피해 산행하는 것이 좋다.
해발 1천6백m, 1백만평의 지리산 세석평전을 가득 메운 철쭉무리 또한 장관이다. 5월 중순부터 철쭉이 피기 시작, 6월초에는 해발 1천9백15m 천왕봉 정상까지 만발한다. 세석에서 하룻밤 야영한 뒤 철쭉길을 따라 장터목·천왕봉 코스로 산에 오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요즈음은 철쭉 구경만 하고 하산하는 등산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백산 철쭉 등산은 단양군이 5월28∼30일 사흘동안 펼치는 철쭉제 구경을 겸해서 산행 계획을 잡으면 일석이조. 첫날 도담삼봉에서 광진 나루에 이르는 구간에서 떼뱃 놀이가 열리며 마지막 날은 죽령과 연황봉 구간에서 꽃길 걷기 대회가 열린다.
일반 등산객이라면 비로봉 (1천4백40m)과 국망봉 (1천4백21m)을 오르는 코스가 철쭉을 즐기기에 알맞은 산행길이다. 경북 영풍의 초암사나 충북 단양의 구인사 쪽에서 국망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6월초까지 철쭉이 화사하다.
해발 1천4백40m 비로봉 정상까지 오를 계획이라면 풍기읍으로 내려가는 비로사 쪽이 좋다. 일반 성인의 키를 넘는 철쭉들이 주먹만큼이나 큰 꽃송이를 달고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 태백산 철쭉도 적잖게 아름답다. 6월초면 해발 1천5백67m 정상 천제단을 중심으로 철쭉무리가 수를 놓은 듯 펼쳐진다. 태백에서 출발하면 정상까지의 등산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치악산은 상원사 방향 망경대와 주봉인 비로봉 (1천2백28m)에 이르는 주능선길에 철쭉 꽃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해마다 5월말까지는 산불조심 기간-. 곳곳에 입산금지 구역이 많고 6월초 해제 여부도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해당 시·군청에 문의한 뒤 떠나는 것이 좋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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