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제휴로 우위분야 집중 투자(탈불황 몸부림 일 자동차업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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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빅3」에 대항 공동개발 협정도
『의외의 충격적인 조치다.』
최근 일본 자동차업체간의 전략적 제휴를 지켜보는 일본 언론의 반응이다.
탈불황을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일본의 11개 완성차업계는 서로간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상호보완적인 분업체제로 전환해 가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4륜자동차분야에서는 후발인 젊은 기업이고 이스즈사동차는 경영재건작업을 하고 있는 장년기업으로 일반적으로는 기업이미지가 그리 어울리지 않는 두 회사다.
그러나 두 회사는 지난해말,제휴내용을 전격적으로 선언,일본 재계를 놀라게 했다.
혼다가 이스즈에 소형승용차를 주문자생상방식(OEM)으로 공급하고 이스즈는 레저용차(RV)를 혼다에 공급한다는 것.
일본 자동차업체중 미국시장 1위 위치를 유지하려는 혼다는 취약한 트럭계 부문의 강화를 위해 이스즈와의 제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즈측에서도 적자에 시달리던 소형승용차 생산을 중지하고 트럭·디젤엔진 생산에 주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일본 기옥현 화광시 혼다기술연구소 와타나베 히루(도변양남) 전무는 『지금까지는 각 업체가 모든 차종을 독자적으로 개발·판매하려는 욕심을 내왔으나 한계를 느끼고 업체간 분업을 통한 경영자원의 효율적 활동에 눈뜨고 있다』고 말했다.
소모전에서 탈피,일부 차종과 부품은 서로 OEM으로 공급받는 대신 자신의 우위분야에 집중투자하겠다는 일본업계의 전략적 제휴인 것이다.<그림참조>
이같은 분업은 일본자동차업계의 재편론(Restructuring)까지 거론되게 하고있다.
닛산자동차와 마쓰다자동차는 지난 1월 상용차분야에서 제휴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닛산은 마쓰다에 소형트럭을 공급하고 마쓰다는 닛산에 밴(화물겸용승용차)을 공급,서로 채산성이 낮은 분야는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숙적이었던 도요타자동차(일본업계 1위)와 닛산(2위)도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미국시장 등에서 미 자동차메이커 「빅3」에 대항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공동개발을 위한 제휴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품의 공동화도 많아지고 있다. 스즈키·미쓰비시는 지난해 경차의 일부 부품을 같이 써 개발비용을 아끼기로 했고 닛산·마쓰다는 자동변속기 공동개발에 합의하는 등 부품 공동사용업체가 느는 추세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이같은 「함께 살기」는 결국 일본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것이어서 공동전선의 구축을 찾기힘든 한국 자동차업계에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생산방식 조정을 포함한 이같은 다방면의 자구노력으로 80년대 중반 엔고때 그랬듯이 이번 엔고도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쟁력향상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화광시(기옥현)=김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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