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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해외연수 패턴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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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12월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케방산대학(UKM) 본부동 휴게실. 원탁 테이블 10여개에서 한국과 현지 학생들이 삼삼오오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손짓.몸짓을 섞어가는 영어 대화지만 곳곳에서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가 최근 실시한 동남아국제연수 1코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 참여한 학생 30명의 해외 자매대학 방문 모습이다. 이같이 대전.충남지역 대학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재학생을 단순 어학연수에서 벗어난 해외문화 및 세계화 체험 연수를 보내 큰 교육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세계로 눈을 열자="얼굴색과 문화는 달라도 젊음은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 같다."

바로 몇분 전까지 UKM 대회의실서 두 학교 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상견례때 서먹함과는 전혀 딴판인 분위기에 선문대 손진현 교수(경영학부)가 크게 놀라는 눈치다.

김필관(25.환경공학과 3년)씨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 말을 나누다 보니 오래된 친구같다"며 "우리 학교의 '3+1제도'(한 학년은 해외대학서 학점 이수)에 따라 내년 해외대학 수강 신청을 이 학교(UKM)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문대는 이번 연수에 학생들의 국제적 시각을 넓혀 주는 여러 일정을 포함시켰다. 방콕에서는 태국의 한국대사관과 유엔산하기구인 아.태 경제사회위원회(ESCAP)를 방문했고, 싱가포르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산하의 유일한 상설기구인 아시아유럽재단(ASEF)를 들렀다.

최혁 태국대사는 태국의 정치.문화뿐 아니라 한-태 무역현황 등 양국 관계까지 자세히 설명,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 "대사관앞에 쭈그려 앉아 한국 입국허가를 받으려는 태국인이 안스럽다. 편의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한 학생 지적에 崔대사는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SCAP과 ASEF 방문때는 현지 파견된 한국 외교관의 설명으로 빈곤퇴치 및 각국간 이해증진을 힘쓰는 국제기구의 활동을 직접 살필 수 있었다. ESCAP은 유엔의 지역위원회서 규모가 제일 크다.

김연미(22.여.국제유엔학과 3년)씨는 "한국인이 ESCAP 사무총장과 ASEF 사무차장을 맡고 있어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했다"며 "국제기구서 일해 보고픈 꿈이 이미 반쯤 이뤄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성철 ASEF사무차장은 "한국 학생로선 첫 방문"이라며 "세계로 눈 돌리는 한국의 변화상을 보는 것같아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 단순어학연수는 싫다=충남대 학생 30명은 지난해 12월말 3명씩 10개 팀으로 나뉘어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지로 10여일 일정의 현지체험 배낭여행을 떠났다. 이와 별도로 20명은 보름동안 필리핀 카투픽마을에서 우물 파주기 등 환경개선 봉사활동과 한국어교육.컴퓨터 교실.태권도 교육.의료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순천향대 역시 TOEFL.TOEIC 시험성적 우수 학생 가운데 해외문화체험 장학생 65명을 선발, 겨울방학중 7~10일간 일정으로 유럽과 미주 등지로 연수로 보낼 계획이다.

나사렛대도 매년 여름방학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 관동지방을 둘러봤다. 나라(奈良).교토(京都)등에서 이곳에 문화를 전한 고대 한국인들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고, 명문 교토대를 들러 양국의 학생들이 어울려 취업.아르바이트 등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선문대 박흥순 교류협력처장은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학생들에게 견문을 넓히고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기 주기 위해 방학때 해외 자매대학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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