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디자인 하우스」이영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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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책 만드는 일」에만 젊음을 바쳐온 디자인 하우스 대표이사 이영혜씨(41)는 출판인들 사이에 「억척여성」「잡지의 귀재」로 통한다. 월간『행복이 가득한 집』『미술공예』『디자인』이 모두 각각 여성지와 디자인지로서의 명성을 쌓고있는 것은 물론 92년엔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씨의 수기를 책으로 엮은『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기획, 60만권 이상이 팔리는「기록」을 남긴 장본인인 때문이다. 또 최근엔 컴퓨터를 이용, 책을 읽는 어린이 자신이 동화의주인공이 되게 하는「도깨비문고」를 개발, 출판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장이 출판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홍익대공예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의 디자인실에 근무하던 77년. 우연히『디자인』이란 잡지를 접하게된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길로 잡지사사장을 만나 기자로 일하고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80년에는 아예 회사를 인수, 발행인으로 변신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스물여덟.
발행인 이영혜씨는 잡지에 대한 탁월한 재능과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 잡지를 만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87년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이상 기혼 여성을 주독자층으로 설정, 스캔들을 배제하고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생활 속에 살아있는 가정생활문화지를 표방한『행복이 가득한 집』을 창간, 기반을 쌓아왔다. 올 5월호는 공보처 주최 제1회 우수 잡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14주년이 되는 디자인 하우스는 1백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탄탄한 출판사로 성장,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어어 올해는 매출액을 1백억원으로 잡아놓고 있다.「출판」으로 밥먹고 살기 힘들다는 우리풍토에서 건실한 성장을 이룩한 비결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사장은 드리머(dreamer·꿈꾸는 사람)입니다. 길을 가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오직 꿈꾸는 일에 충실해야합니다. 꿈을 실현하는 것은 스태프의 몫이지요. 저는 꿈꾸는 일에 충실했을 뿐입니다.』이사장은 요즘 일과가 끝나면 경영대학원에 나가 경영수업을 쌓는 한편 틈나는 대로 동해로, 지리산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꿈꾸는 작업인 셈이다.<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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