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성장관 선교재단 설립 “물의”/천억대 독지가 유언집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장학사업 써달라” 유지 어긋나/재산공개후 이사장사임… 본인 “이름만 빌려줬다”
황산성환경처장관이 변호사시절 현시가 1천억원대의 재산을 장학사업에 써달라는 한 독지가의 유언집행자로 선임됐으나 그 재산으로 본래 취지에 어긋난 선교재단 설립을 주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선교재단 설립전 장학사업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별도의 장학회측 일부에서는 황 장관이 목사인 남편 사업을 거들 목적으로 선교재단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재단은 당초 78년 숨진 김원길씨(당시 62세)가 유언공증증서를 통해 부동산 등 자신의 당시 재산 10억원을 장학사업 등에 써달라고 유언했으나 유족간의 송사에 휘말려 10년 넘게 미뤄지다 89년 9월 재단법인 하정 김원길장학회가 설립됐다. 그러나 황 장관은 90년 2월 김씨의 아들 김진수씨(25) 등이 관할 부산지법에 청구한 공동유언집행자의 한 사람으로 선임된후 같은해 8월 기존 장학회와는 별도로 사회복지법인 한국하정종합복지재단을 설립,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황 장관은 그후 자신의 명의로 문화부에 재단설립을 신청,91년 12월 재단명칭을 재단법인 하정선교재단으로,사업목적을 국내전도와 해외선교 등으로 바꿨다가 기존 장학회측의 반발이 거세자 올 1월 사업목적에 육영사업과 장학사업을 추가로 집어넣었다.
하정선교재단은 설립후 재산권 송사가 계류중이어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은 벌이지 못하고 있다.
황 장관은 재단이사장직을 맡아오다 3월18일 장관재산공개 직후인 같은달 22일 이사장직을 그만두고 이사로 있다가 최근에는 이사직까지 사임했다.
기존의 하정장학회측은 이 선교재단이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부산시 중구 중앙동 등 전국 각지에 있는 토지 6만2천74평과 건물 2백11평 등 개발붐을 타고 땅값이 1백배가량 오른 부동산을 유지와 달리 부당하게 사용한다면서 6공당시 청와대·국회·감사원·문화부 등 각계 요로에 진정서를 냈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관련,『황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선교재단의 설립과정 등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고인의 유지에 어긋난 종교법인을 설립한 것은 도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어긋난 행위』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이 재단의 내부사정이 너무 복잡해 몇차례 그만두려 했으나 대학선배인 재단이사(기탁자의 여동생)가 도와달라고 해 이름만 빌려줬다』며 『그러나 장관이 된후 공직생활에 전념키 위해 손을 뗐으며 선교재단이 남편의 선교활동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