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밖에서 감전됐던 동료 강한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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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용혈봉 정산 부근에서 낙뢰를 맞은 산비둘기 산우회 소속 강한철(53)씨는 하산 뒤에도 당시 받은 엄청난 충격에 멍한 표정이었다. 강씨는 집중적 피해를 입은 일행의 선두보다 70m 이상 뒤처져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화상을 입는 데 그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등반 일정은.

"인수봉 야영장을 출발해 부왕동 암문과 용혈봉.용출봉을 거쳐 다시 인수봉 캠프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사고는 선두가 용혈봉에 막 올라서려던 낮 12시쯤 발생한 것 같다."

-당시 상황은.

"사고 나기 30분 전쯤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줄곧 선두로 앞서가다 비가 와 우비를 꺼내려고 지체하던 사이 다른 사람이 앞질러 갔다. 천둥이 한 차례 치더니, 두 번째 천둥이 칠 무렵 정상 부근에서 불빛이 번쩍 했다. 이 순간 내 왼팔과 왼다리가 마비됐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는 정상 부근의 선두와 70여m 떨어져 있었다. 물이 길을 따라 줄줄 흐를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물을 타고 전류가 흘러 뒷사람까지 충격을 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나.

"정신을 차려 보니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몸을 추스른 뒤 정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선두에 섰던 회원이 들고 있던 등산용 스틱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는 정상에서 수십m가량 퉁겨져 나가떨어져 있었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정상에는 네 명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중3 학생은 멀쩡했다. 나머지 세 명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혈색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다른 등반객과 인공호흡을 하는 등 살리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이후 상황은.

"20분쯤 지나 구조 헬기가 왔다.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헬기가 실어 갔다."

-오늘 산행은 정기적인 것이었나.

"산비둘기 산우회는 서울 지역 사람들의 등산 모임이다. 다음달 하계 설악산 종주를 앞두고 체력훈련을 위해 북한산에서도 다소 어려운 코스를 오르던 중이었다. 산행이 끝나면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후배 산악회원 2명의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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