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탈레반 수감자 석방 못해" 백종천 특사에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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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29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인 인질 석방의 최대 관건인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의 맞교환 방안을 논의했다.

백 특사는 이날 면담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해 달라"며 사실상 '맞교환 방안'의 수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칙을 지키고 잇따른 외국인 납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며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아프간 정부는 맞교환 방안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이와 관련, 탈레반 측은 29일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시키는 것이며 그 외에 아무런 요구 조건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질 석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백 특사 면담 후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이날 대통령궁이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의 면담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탈레반은 인질 석방 협상 시한을 30일 오후 4시30분으로 또 연장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철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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