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한국 언론 최초 인질과 전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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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 TV][단독] 이지영씨 생생한 육성동영상

본지가 29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인 한 명과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 현재 억류 중인 22명 중 한 명인 이지영(36.사진)씨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샘물교회 단기 봉사단의 통역 겸 가이드로 참여했다.

이날 오후 6시49분(이하 한국시간)부터 11분간 통화에서 이씨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머물고 있는 다른 인질들의 이름을 분명하게 말했다. 심성민.김경자.김지나씨였다. 이씨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씨는 대체로 침착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목이 잠기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말로 이루어진 통화에서 이씨는 가끔 옆 사람과 한국말로 답변을 상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혼자 있습니까, 아니면 누구와 함께 있습니까.

"4명이 같이 있어요".

-누군지 이름을 말씀해 줄 수 있나요.

"모두 4명이 함께 있어요. 남자가 1명이고 여자가 셋이에요. 저 말고 심성민.김경자.김지나씨입니다. 남자 분이 심성민씨예요. 심성민."

-건강은 괜찮은가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 네 사람은 현재로는 다 괜찮아요."

-식사는 뭘 드시나요. 먹을 만한가요.

"식사는 이 사람들이 먹는 것과 같이 먹고 있어요. 이 사람들이 먹는 '차이(홍차)'랑 빵이랑 과일이랑 이런 거 먹고 있어요."

-다른 피랍자들 상황은 어떤가요.

"무엇보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나눠져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있는데 그분들이…(음성이 끊겨 알아들을 수 없음)."

-잘 안 들립니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는데 그분들이 다 건강하고 했으면 (좋겠네요)."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식사하고 자고 앉아 있다가 그냥 그렇게 지내요."

-매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요.

"매일 매일 하는 건 아니고요. 하루에 한 번 이동할 때도 있고, 2~3일에 한 번씩 이동할 때도 있고 그래요."

-민가에 계신가요, 아니면 동굴이나 움막 같은 곳에서 지내고 계신가요.

"동굴은 아니고 민가인 것 같아요."

-견디긴 힘들지 않나요. 날씨는 괜찮나요.

"밖은 더운데 집 안에서는 괜찮아요."

-신변의 위협이 있나요.

"(납치범들이) 특별히 위협을 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언제 분산 수용 되셨나요.

"네?"(못 알아들은 듯 반문)

-나눠진 게 언제인가요.

"아 지금 우리가….(옆 사람에게 '우리 나눠진 게 언제지'라고 물어봄) 3~4일 정도 된 것 같아요."

-탈레반과 의사 전달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의사 소통이 잘 안 돼서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같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현지어를 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네, 맞아요."

-특별히 불편한 점은요.

"잘 못 씻고 그러니깐 그런 면이 좀 불편해요."

-우리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한숨을 지은 뒤)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일단 너무 죄송하고, 빨리 저희가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약품이나 식료품을 우리 정부를 통해 전달받기를 바랄 것 같은데, 뭐 필요한 것 없나요.

"네.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 소식은 모르고 계신 거죠.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목이 잠기면서) 걱정 많이 하지 말라고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계시는 곳이 산악지대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말투가 단호하게 바뀜)

-좀 더 얘기할 수 있나요.

"아뇨. (경비가) 이젠 끊으라고 하네요. 끊습니다."

최지영 기자

◆이지영씨=2006년 말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체류하면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주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고, 간호 보조로도 일했다. 현지에서 임현주(32).박혜영(34)씨와 함께 봉사단의 가이드.통역 역할을 맡았다. 아프가니스탄에 가기 전에는 책을 편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2남1녀 중 막내딸로 5년 전 아버지가 일 년 넘게 백혈병을 앓다 사망한 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1992년 동래여전(마케팅 전공)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 95년 인제대 사회교육원에 들어가 1년 과정의 북디자인 코스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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