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변호사제 첫날 큰 호응/전화 1백30여통… 5건 직접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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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민주적인 수사·브로커근절 기대
당직변호사제가 실시된 첫날인 1일,서울 서초동 서울 변호사회회관 3층 당직변호 상황실에는 경찰에 연행되거나 구속돼 변호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하루종일 쇄도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걸려온 전화는 모두 1백30여통,이중 대부분은 단순한 문의전화였지만 8명의 형사피의자로부터 실제 당직변호사의 조력을 구하는 신청이 접수돼 대기중이던 박성호·백승헌변호사에 의해 총5건이 처리됐다.
가장 먼저 접수·처리된 사건은 지난달 27일 동네골목길에 세워둔 폐차에서 타이어를 훔친 혐의로 29일 구속된 문모씨의 특수강도사건.
전화를 받고 오전 11시쯤 서초경찰서를 찾은 박 변호사는 문씨를 만나 『조사내용이 진술내용과 같은지 확인했느냐』,『수사관이 강압적으로 진술을 강요하진 않았는가』는 등의 질문을 했다.
문씨가 『잠을 제대로 못자 조서내용을 제대로 못봤다』고 말하자 박 변호사는 『조서를 받으면서 자신의 진술내용을 꼭 확인해야 한다』며 구속적부심 신청을 가족들과 상의해 볼것을 권유했다.
두명의 당번변호사가 이날 눈코뜰새 없이 돌아다니며 처리한 사건은 서초경찰서 2건,관악경찰서 1건,동대문경찰서 1건 등이며 성동구치소 재소자 가족들이 요청한 2건의 사건은 월요일 당번변호사가 처리하기로 했다. 당직변호사제도는 유무죄여부가 재판에서 최종판단되는 것이 원칙이나 수사초기의 증거자료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수사단계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
서울변호사회는 당직변호사제가 정착되면 수사단계부터 변호인참여권이 보장됨으로써 수사절차에서의 민주화가 크게 진전되는 것과 함께 법조주변 사건브로커를 근절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황실전화는 597―1919.<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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