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DJ 메신저'로 부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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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합신당 바람을 타고 재기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올 2월 특별사면됐으나 복권되지 않았다. 정치 활동을 하거나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처지다.

범여권 소식에 밝은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27일 "김효석.이낙연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 민주당 탈당파의 '8인 회의'는 사실상 '9인 회의'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각종 의사결정 시 박 전 실장이 그들과 긴밀히 교감했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의 최근 민주당 탈당 과정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인사들의 신당 합류에 DJ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그 의중을 전달하는 주요 채널 중 하나가 박 전 실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 매일 아침 동교동으로 DJ를 찾아 문안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해 왔다. 그를 잘 아는 인사는 "박 전 실장은 '인위적으로 될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12월 대선에서 '킹 메이커' 생각이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신당을 '잡탕 정당'이라고 비난하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 측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당 관계자는 "DJ의 뜻을 내세워 박 전 실장이 다시 실세 행세를 하고 있다"며 "당내 회의에서 탈당파 인사가 '우리 곁에 박 전 실장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 전 실장 측은 "전면에서 활동하는 것은 없지만 10년 개혁 정권을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 방법이 대통합이라는 판단에서 (범여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DJ는 이제 훈수를 그만해야 한다. 지겹다" 등 DJ와 김홍업 의원을 비판하는 글들이 여럿 올랐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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