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 야성찾는 민주/박영수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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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비민주법률개폐특위의 박상천위원장은 28일 똑같은 얘기를 다른 곳에서 두번 되풀이했다. 국회 원내 총무실과 당사 기자실에서 설명한 내용은 이날 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민주당의 개혁입법 프로그램.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민주질서보호법과 안기부법 개정안·도청금지법 등 이른바 「군정종식 3법」을 비롯해 금융실명화법·통합선거법 등 모두 15개의 개혁입법안을 낼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하루 반나절 국회가 공전되는 와중에도 특위는 개혁입법안 마련을 서둘렀고 박 위원장이 이의 홍보에 열심인데는 민주당 나름의 의욕이 깔려 있다.
그간 민주당은 쉴새없는 김영삼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밀려 개혁지향과 도덕성이라는 야당 본연의 무기를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거기에 민주당은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에 따른 개혁을 「인기영합」이라고 비판하고 법과 제도에 의해 지속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대응해왔다.
지난번 재산공개 때에도 민주당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정치적 공개」가 아닌 「법적 공개」로 할 것을 주장했으나 여론의 눈길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물실호기,「법적 대안」을 들이대 반격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박 위원장은 『YS의 개혁,사정이 잘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초기에 법에만 신경을 쓰면 주도권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개혁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개혁의 법제화·제도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진할 개혁입법안을 차근차근 간추렸다.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무기로 내세워 야당의 공세적 발판을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시도가 김 대통령의 사정활동과 맞물려 과거 잔재 청산의 청신호가 될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해서 결실을 보려고 노력하는 자세만은 평가됨직하다. 진작 이런식으로 문제접근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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