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D-23 … 부산서 연설회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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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가 2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렸다. 후보 지지자들 간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 완장을 찬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부산=오종택 기자]

D-23.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까지는 23일이 남았다. 경선은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르고 있다. 한때 '경선 불발론''경선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들에게 인질로 잡혔던 배형규 목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오전 이명박.박근혜 캠프는 정쟁 중단을 다짐했다. 이날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합동연설회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이런 기조는 유지됐다.

관중석 스탠드를 절반씩 갈라 자리한 양측 지지자들은 함께 '부산갈매기'를 불렀다. 22일 제주 합동연설회 이후 도입된 보조도구 사용 금지 등 '훌리건 방지책'도 지켜졌다. 20여 명의 질서요원들이 '인간띠'를 형성, 지지자들을 갈라놓았다. 그러나 후보들이 연단에 오르면서 점차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연설회장으로 이동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다시 맞붙은 빅2=먼저 등단한 이명박 후보는 특유의 '아웃 복싱'스타일을 보였다. 그는 '일하는 후보' 이미지를 앞세웠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아시아에서 꼴찌가 됐느냐" "누가 부산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끌고 나가겠나" "누구나 공약을 할 수 있고, 정책도 만들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실현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강조했다.

방청석 여기저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경선과정에선 서로 헤어졌지만 경선이 끝난 뒤엔 반드시 하나가 돼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등장한 박 후보는 역시 '인 파이터'형이었다. 기존 '흠 없는 후보'론에 '약한 후보'론까지 추가해 직격탄을 날렸다.

"5년 전 방심하다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본선에서 이길 후보, 단 1%라도 불안하지 않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 약한 후보로도 안 된다. 경선 규칙을 바꾸고 연설회 일정을 회피하고 TV토론도 못하겠다는 약한 후보로 어떻게 악착같은 여당을 이길 수 있겠나. 본선에서도 TV토론 못하겠다고 할 건가."

박 후보는 "난 이 정권과 맞서 져본 적이 없다"며 "수첩공주라 해도, 독재자의 딸이라 해도 끄덕없이 이겨냈다"고 주장했다.

◆ "당 지지율 내려앉는 소리가 난다"=다른 후보들은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러면 본선 가서 네거티브를 막을 길이 없다"며 "여권이 너희가 이랬는데 더 조사해서 이거 나왔다면서 (네거티브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원희룡 후보도 "당 지지율이 내려앉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묻는다. 정말 왜들 그러냐"고 따졌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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