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용사들 한국전쟁 발자취 사이버 공간에 영원히 새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27일로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54주년을 맞지만 참전했던 미 노병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그 때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어요.”

6·25전쟁에 참가했던 미군들을 위한 사이버 기념관을 만들고 있는 미 시라큐스대학 정치학과 한종우(45·사진)교수. 그는 “이미 평균 연령이 75세가 넘은 노병들이 갖고 있는 편지와 일기·사진·문건·기념품뿐 아니라 증언 녹취는 살아있는 우리 역사”라고 말했다.

 한 교수가 추진 중인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디지털기념관’은 이런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꾸며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전쟁기념관이다. 참전 미군들이 꾸민 동호회나 조직관리 성격의 몇몇 사이트와는 달리 검색기능을 추가해 영구보존이 가능토록 만드는 한국전 역사기록 작업인 것이다.

 일단 180여명의 시라큐스 지역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자료를 모은 뒤 뉴욕주의 1만6000여명, 이어 미 전역의 10만명이 넘는 6·25 참전자들로 참여규모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한 교수가 이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5월 시라큐스대가 주최한 한 강연에서다. 이 대학의 학술분과 이사인 고건 전 총리가 최영진 당시 유엔주재 한국대사를 초청해 한국관련 특강을 했는데 중부 뉴욕 지역의 미군 노병들이 6·25 참전 당시의 기념품과 신문스크랩을 갖고 참석해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그분들을 보며 소중한 역사적 기록들을 한곳에 모아 후세들에게 6·25의 교훈과 한·미 동맹의 정신을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디지털 기념관 자료를 활용한 논문 경연대회와 수상자들의 한·미 양측 교환방문도 구상 중이다. 미국 수상자를 한국의 6·25 격전지와 판문점에 초청하고, 한국의 청소년들을 미군 참전용사의 집에 홈스테이 식으로 머물게 하는 방안이다.

 한 교수는 “허름한 선술집에 모여 전쟁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과의 인연과 애정을 과시하는 참전 노병들이야 말로 미국 내 진정한 지한파”라며 “디지털기념관은 그들과 가족·친지들을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자로 묶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부터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시라큐스대와 인연을 맺은 한 교수는 중부뉴욕 한국학교의 교장도 맡아 한·미관계 증진과 미국사회에 한국문화의 뿌리를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북한 김책공대 교수와 연구진을 시라큐스대에 초청해 정보기술(IT)분야의 기술을 가르치는 교류사업도 주관해왔다.이 과정에서 북한의 전자도서관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디지털기념관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게 이번 일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체류 중인 한 교수는 “뉴욕주의 상하원 의원과 주 의회,미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예산확보를 위한 여론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뜻있는 분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락처:e-메일(jonghan@maxwell.syr.edu), 미국전화(315-637-9836) 한국전화(011-383-7243)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