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납치'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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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 한국인을 살해한 탈레반을 맹비난하고 조속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강력하게 탈레반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일본 정부다. 인질 살해 소식이 전해진 26일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을 잡는 것은 지극히 비열한 행동이며, 특히 인질을 살해하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탈레반의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이번 사건이 조기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적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온라인 사회운동 단체인 아바즈닷오르그(avaaz.org)는 자체 웹사이트에서 한국인 인질 석방을 호소하는 국제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세계에서 5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26일까지 벌써 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국제 이슈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이 단체는 세계 198개국에 90만 명의 회원이 있다.

이 단체는 탈레반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이번 납치극은 이방인을 환대하라는 파슈툰족(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의 도덕률을 왜곡하는 행위로 아프간을 돕고 있는 많은 기관과 사람의 감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지구촌 사람이 한국과 아프간 국민을 대신해 탈레반에 피랍자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인 인질이 계속 살해된다면 아프간을 돕고 있는 국제개발기구들이 지원을 중단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인 피랍 사건 해결을 위한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반 총장은 21일에도 카르자이 대통령과 통화하며 인질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에 현지 상황 파악과 지원 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피랍자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탈레반 측에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는 짤막한 성명만 발표했다. 탈레반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날까 봐 공식 논평도 삼가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워싱턴.도쿄= 남정호.강찬호.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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