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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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월 초 약 4년을 끌어 오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재정 안정을 주목적으로 연금 수준을 60%에서 40% 선으로 조정했지만 연금기금은 2060년께 고갈될 것으로 전망돼 재정 불안은 여전하다. 급여 수준이 한계선까지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예정된 기금 고갈을 막자면 보험료 인상과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길 이외는 없다. 1%포인트의 수익률을 높이면 기금 고갈 연도를 4년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볼 때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보험료 인상은 덜 해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3년간 평균 수익률은 6.7%로 캐나다 13.8%, 네덜란드 1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저금리 국가인 일본의 10.5%와도 큰 격차가 있다. 이러한 수익률 구조로는 국민 부담인 보험료 인상에만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이 수익률 위주로만 운용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올 들어 200조원 시대를 맞고 있다. 2010년에는 300조원, 2020년에는 1000조원, 2030년에는 2000조원의 적립기금이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은 세계적 연기금으로 성장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빠른 기금 규모 증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진화된 운영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한 과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책임 아래 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투자 전략에 따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기금운용의 책임 부처로 적합한지,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이 있는지, 기금운용본부는 200조원의 기금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를 책임운영기관으로 독립시키고,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자산운용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고, 독립되는 기금 운용 전문회사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견제와 균형 장치가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의 주무 부처를 복지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하고,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가 기금운용의 전문 부처가 되기는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재경부나 기획예산처가 과거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자금 관리라는 명목 아래 낮은 이자율로 차입했다든지, 국민연금기금을 경기 부양 등 기금 본래의 목적 이외에 투입하자고 주장했다든지 하는 대목에서 불신 또한 높다. 더욱이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나 입김이 축소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핵심 쟁점도 아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도 채권 중심 투자에서 주식이나 대체 투자, 나아가 해외투자 등 소위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적극적 투자를 위해서는 글로벌 자산운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해외 전문인력 스카우트와 유수 투자전문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단기적인 주가 상승 랠리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고, 위험자산 비중 증대에 대한 국민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주식 투자 비율의 확대에 따른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 증가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의 안정된 노후 생활의 최후 버팀목이고, 국민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만큼 일반 금융자산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국민연금 기금 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금융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