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없는 헐리우드스타 면면|아카데미상 7번도전 리처드 버튼 피터 오툴 "물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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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제6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알 파치노는 『여인의 향기』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눈이 먼 퇴역장교역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파치노의 이날 영광은 71년『대부I』로 처음 아카데미상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지 23년동안 아카데미상에 모두 일곱차례 도전해 거머쥔 값진 상이어서 파치노 본인은 물론 시상식장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를 환호토록 만들었다.
파치노의 이날 남우주연상 수상은 파치노 개인적으로는 다행한 일이었으며, 그의 「수상없는 지명」기록은 여섯차례에서 멈추게 됐다.
길이 26cm의 금도금한 황금색 아카데미상 트로피는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원한 꿈이다.
이 꿈을 한번도 현실로 체험해보지 못하고 단지 반복되는 지명으로「영광의 문턱」에서 애태우다 좌절한 기라성같은 수많은 스타들이 있다.
아카데미상 65년사에 지금까지 무려 일곱차례나 수상후보 지명을 받고도 번번이 상복을 놓친 불운의 스타는 2명이다.
『천일의 앤』(69년) 『에쿠우스』(77년)등에서 열연한 리처드 버튼과 『아라비아의 로렌스』(62년) 『굿바이 미스터 칩스』(69년)등에서 격찬받은 피터 오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배우로는 데버러 커가 『지상에서 영원으로』(53년) 『왕과 나』(56년)등 모두 여섯차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한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69년 「배우로서의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끝내아쉬워하듯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는 말을 남기고 은퇴, 현재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수상 문턱에서 잇따른 좌절이 조기 은퇴를 재촉한 예는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경우를 보더라도 배우들이 느끼는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가르보는 41년『두 얼굴의 여인』을 포함, 모두 다섯차례 여우주연상 후보에 그치자 36세 한창 나이에 은퇴를 발표, 그후 수많은 복귀 제의를 뿌리치고 은둔생활을 했다.
이밖에 아카데미상 후보에 번번이 올랐으면서도 수상에 실패한 명배우로는 아이린 던·글롄 클로즈(다섯차례), 샤를부아예르·몽고메리 클리프트·로절린드 러셀· 미키 루니·바버라 스탠윅·제인 알렉산더·마샤 메이슨(네차례), 커크 더글러스·내털리 우드(세차례), 케리 그란트(두차례) 등이 있다.
또 의외로 전혀 아카데미상 후보에조차 지명된 적이 없는 배우로 마릴린 먼로·타이론 파워·에드워드 G 로빈슨·머나로이·에롤플린등 화려한 스타들이 즐비, 대중들의 인기와 상복은 별개의 것임을 새삼 실감케 해준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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