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태풍 보선참패/돌파구 찾기 골몰하는 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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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시국회서 대여공세강화 “맞불작전”/재야와도 “삐꺽” 체질개선에도 한계
민주당이 김영삼정부의 지속적인 개혁추진과 보선패배의 충격으로 진로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공세로 탈출구를 찾으려하고 있으나 정부·여당의 개혁 태풍이 워낙 거세 항로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개혁에 패배
○…민주당은 보선 패배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위해 우선 임시국회에서 대여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4일의 원내 대책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격인 박준규국회의장 사퇴건뿐아니라 후임의장 및 운영·국방위원장 선출과 이동근의원 석방요구결의안 처리를 연계시키기로 했다.
이같은 대여강경 선회는 물론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국면 전환용이다. 그동안 박 의장의 사퇴건에 대해 국민여론을 감안,동정론을 펼 수도 없는 만큼 자유 투표에 맡기자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향후 진로를 모색했다. 최고위원들은 참패의 원인을 「YS 개혁바람」과 「정치권 무기력」에서 찾았다.
이기택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정부가 들어서 국민적 지지가 쏠리고 있는 때 보궐선거가 열려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추진에 밀려 패배했다는 해석이다.
허경만국회부의장은 당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응태세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김 대통령의 개혁공세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지적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도부의 분명한 태도확립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 개혁에 대한 엉거주춤한 태도때문에 여당후보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 후보와 차별실패
실제로 지난번 재산공개 과정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몇몇의원들에 대한 실사와 당헌·당규에 따른 강경조치 방침을 거듭 천명했으나 내부 반발에 부닥쳐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같은 보선패인 분석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공세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의 개혁추진에 「맞불작전」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공직자윤리법·비민주악법개폐에 주력,인기영합식 개혁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에 야당이 앞장서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울러 지구당의 조직정비와 개편을 서둘러 당의 체질을 개혁적 모습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처방」에도 불구,민주당은 고민이 많다.
우선 임시국회에서의 개혁공세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될지 미지수다. 김 대통령의 개혁이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이미 정부·여당에서 공언하고 있는 바다. 다만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의 범위 등을 놓고 여야간 의견차가 있으나 그것이 개혁의 척도일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안기부법 개폐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의석수가 적은 야당의 개혁공세에는 한계를 띨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정치권 무기력론이다. 물론 이는 김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혁바람에 밀려 힘을 못쓰고 있는 정치권 전체를 지칭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야당의 역부족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이 또다시 다가오고 있는 보궐선거다. 이번 국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할때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 보선에서마저 참패할 경우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될 공산도 없지 않다.
조세형최고위원은 『앞으로 대책이 있어야 한다. 2∼3개월후면 최소한 세곳에서 보선이 치러진다』며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 대표 연설문안에 야당의 진로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간 이견노출
당의 체질개선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개혁시대에 걸맞은 체질개선을 위해 재야인사들의 영입을 지도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최근 당에서 재야인사를 겨냥해 「배신자」 운운하며 비난한데 대해 「악수」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계파간 이견이 있는데다 재야인사들조차 아직은 민주당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쉽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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