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원전센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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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대 교수들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을 서울대 부지 내 관악산에 유치하자고 나섰다.

핵 물리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원자핵공학과 강창석 교수와 소 복제로 유명한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 등 7명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국력 낭비를 막고 원자력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교수들은 "부안 사태를 지켜보며 학자적 양심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며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 안전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서울대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총장께 건의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지성으로 평가받는 서울대 교수들이 단체로 원전센터 유치를 제안하고 나섬으로써 향후 이 문제를 둘러싼 학내외 의견 수렴 절차 등과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강창순 교수는 "암반이 많은 관악산 부지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깊숙이 파묻는 '동굴처분'방식을 택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교수는 향후에 논의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을 유치하기에도 관악산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관악산에는 1970년대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에 건설했다는 대규모 군사용 지하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군사시설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로 전용하자는 일부 교수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 동굴을 파자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대 관악산 부지 밑에 유사시 폭격을 피할 수 있는 군사용 동굴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고 전했다.

원전센터 유치 제안 서명에는 이날 참석한 교수 7명 외에 이태수 인문대학장, 한민구 공대학장, 김하석 자연대학장, 백남원 보건대학원장, 김병종 전 미대학장 등 모두 63명이 동참했다.

서울대 본부는 "학교 차원에서 아무런 입장 정리가 돼 있지 않지만 명망 높은 교수들이 우국충정으로 건의하는 것인 만큼 일단 접수했다"고 밝혔다.

관악구청 측은 이에 대해 "교수들의 즉흥적 발상에 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구청 측과 사전 상의없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한편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원전센터 건설에 적합한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이 검토해 과기부에 허가 신청을 하면 전문기관에 의뢰, 부지가 적합한지 판정한다"며 "서울대 부지도 이 절차에 따라 한수원이 결정, 신청하면 과기부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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