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여에 선수뺏길라” 광주대책 비상/특위구성·특별법추진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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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규명·명예회복·배상·책임자처벌 전략 초점/“이것마저 놓치면 벼랑” 위기탈출 전략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광주문제 해결움직임에 자극받은 민주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내 광주특위를 서둘러 구성한데 이어 20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잇따라 회의를 여는 등 갑작스레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광주특위 구성을 결의하고 위원장에 김원기최고위원을 선임했다. 그동안 특위구성이 거론돼오긴 했으나 사실상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20일 열린 1,2차 회의에서는 「진상규명소위」(위원장 김인곤의원)와 「특별법제정소위」(위원장 신기하의원)를 구성하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도 정했다.
광주특위는 우선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자당측에 국회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제의하고 명예회복과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자당측이 이에 불응할 경우 독자적인 진상조사 활동을 계속키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특위활동의 초점을 크게 ▲진상규명 ▲명예회복 ▲배상문제에 맞추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선 무엇보다 발포명령자 및 살상 책임자가 밝혀져 이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책임자처벌 문제는 정부측의 협조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게다가 광주 5·18관련단체들도 진상규명만 이루어진다면 처벌문제는 신축성을 둘수 있다는 자세여서 민주당의 입장은 다소 튄다는 인상을 준다.
명예회복 방안으로는 국정최고책임자의 대국민 사과와 당시 군사재판의 원심파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내란죄로 구속됐던 인사들이 사면·복권된 상태지만 전과가 여전히 남아 있는만큼 특별법을 제정,무죄로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 「5·18 기념일」 제정과 사상자들에 대한 국가 유공자 대우 방안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완벽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90년 7월 민자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광주민주화운동관련 피해자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법이 사망자에 대한 보상액도 최고 1억원으로 제한했고 구속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미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방부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무대부지 68만평을 집단배상 차원에서 무상 양여해주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광주문제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은 그동안 광주문제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취해왔던 게 사실이다. 사안의 예민함도 있지만 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쟁점화할 경우 자칫 강경 이미지만을 부각해 득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여당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이 감지됐다. 김정남교문수석이 5·18관련단체 대표들과 면담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가뜩이나 신정부의 개혁공세에 밀려 수세적 입장인데 광주문제마저 주도권을 빼앗긴채 정부·여당에 끌려가는 형국이 돼버린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수수방관하다간 그나마 야당의 설 땅이 없어진다는 위기의식에서 서둘러 특위를 구성하고 선제 공격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정부·여당이 쥐고 있다하더라도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나 특별검사제가 성사될 경우 나름대로 야당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셈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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